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유가 급락이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가 추락했다. 여기에 미국 경기 지표마저 부진한 결과를 내놓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 들어 신흥아시아펀드는 -14.39% 수익률(21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집계치)을 낸 것은 물론 북미펀드(-10.72%), 유럽펀드(-8.35%) 등 선진국펀드도 10% 안팎의 손실을 냈다. 그나마 글로벌 부동산 관련 주식(리츠)을 담고 있는 펀드들이 -0.85%의 평균 수익률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바박 제노우지 맥쿼리인베스트먼트 미국법인 리츠인컴솔루션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연말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은 ‘실수’였다고 본다”며 “올해 추가 금리인상은 연기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만약 추가 금리인상이 실행되면 글로벌 증시는 마이너스 수익률로 마감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배당수익을 낼 수 있는 글로벌리츠, 고배당주나 주식 대비 하방 리스크(위험)가 적은 전환사채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글로벌리츠 성과는 어땠나.

“글로벌리츠지수는 지난해 보합 수준이었다. 지역별로 성과 희비가 크게 엇갈린 한 해였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성과는 돋보였다.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기 둔화로 부동산시장도 얼어붙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정책에 힘입어 저금리로 크레디트(신용)환경이 좋아 유럽지역은 호황이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를 꼽는다면.

“크레디트(신용)여건이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 기업들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채를 떠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낮은 금리 환경에서 부동산 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저렴해지기 때문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유럽지역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낮아 완만한 경기 회복세까지 가세하면서 크레디트 환경이 괜찮았다.”

▷미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악재가 아닌가.
 "글로벌리츠·배당株, 리스크 적고 안정적 수익"
“경기가 개선되면서 금리 인상을 하면 부동산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인상 자체가 악재라기보다 신용(크레디트) 스프레드(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엔 채권시장에서 부동산 관련 기업의 채권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에너지 기업과 달리 신흥국에 대한 노출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따라서 금리인상기에 들어가더라도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스프레드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변동성 커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리츠 투자매력은 어느 정도인가.

“실물 부동산 순자산가치 대비 리츠 주가는 13%가량 낮은 수준이다. 현재 디스카운트(할인)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리츠는 법인세 면제 목적으로 운영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금으로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볼 수 있다. 저성장·저금리 국면에서 매력적인 자산이다. 현재 연 4%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 부동산 임대 계약서에 향후 임대료 상승 정도를 명시하고 있다. 꾸준히 임대 수익률이 상승한다고 봤을 때 이 같은 배당수익과 자본차익을 합쳐 연 7~8% 수익률이 예상된다. 단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올해 글로벌리츠펀드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짰는가.

“현재로선 미국의 금리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같은 거시경제 환경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비중을 늘려놨고, 중국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동남아시아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등의 비중은 줄여놓은 상태다. 자산별로는 고급주택, 다세대아파트와 A급 쇼핑센터, 물류창고 등을 선호한다.”

▷관심을 둬볼 지역은 어디인가.

“일본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크레디트(신용)여건이 우호적이다. 다만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이어져온 양적 완화로 리츠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은 수준에 와 있다. 부동산 가격은 많이 올라 있어 일본 임대 수익률 상승 여부를 지켜보고 비중 확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은퇴자를 위한 투자상품을 추천한다면.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려 노후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하지만 채권 수익에만 의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내면서 투자자들이 좀 더 위험(리스크)을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배당 성장이 기대되는 우량주와 글로벌리츠, 쿠폰을 챙기면서 하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환사채나 우선주 등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을 추천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