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소비자 후생 감소시키는 시장 규제 안된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책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정책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책의 의도와 그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때문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하 적합업종)제도는 이의 좋은 예다. 적합업종제도란 중소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 일정 기간 대기업의 참여나 확장을 인위적으로 막는 제도다. 대기업을 막아 둔 동안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 일종의 시장 규제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포장두부 제조업에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한 결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개선되지 않은 반면 오히려 포장두부시장 전체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당초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 즉 대기업에 내려진 영업 제한으로 국내 콩 생산농가의 수매량 감소와 소비자의 후생 감소까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당초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손해만 끼친 불필요한 규제였던 셈이다.

ADVERTISEMENT

적합업종제도는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그중에는 제과업도 포함돼 있다. 제과업종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까닭은 아마도 골목상권 보호논의, 즉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대기업이고 동네 빵집은 중소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시장의 실상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역시 개별 가맹업주들이 본사의 경영지도를 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동네 빵집이나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모두 자영업인 셈인데, 간판만 보고 대기업이라 간주한 것이다.

규제로 인한 소비자들의 후생 감소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선택 제한에 따른 후생 감소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에 대해서는 점포 수도 규제 대상이고 점포 간 이격거리까지도 규제 대상이다. “왜 우리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메이커 빵집이 없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아마도 반경 500m 안에 어떤 형태로든 제과점이 있을 것이다. 거리 제한 규정 때문에 빵집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빵집이 드문 지역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빵보다 빵집 주인이 팔고 싶어 하는 빵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역시 독과점으로 인한 선택 제한이다. 중소업체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꼴이 된 것이다. 시장의 작동원리란 언뜻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실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빵이 자유롭게 선택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적합업종제도는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국내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규제 때문에 주춤하는 동안 외국계 제과업체들이 발 빠르게 국내 시장을 채우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실제로 프랑스, 일본, 미국 등 해외 제과업체들이 국내에 출점한 매장 수는 2014년에만 50여개에 이른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부작용이다.

ADVERTISEMENT

적합업종제도에 대한 학계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미 실패한 정책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오래전에 ‘고유업종제도’라는 비슷한 정책을 운영해 봤지만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폐지한 바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기 위함이라 믿는다. 비슷한 잘못을 구태여 반복할 필요가 있는가.

김상겸 < 단국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