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졌는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정했지만 민간연구소와 일반국민은 이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성장률이 2012년, 2013년에 이어 2015년에도 2%대를 기록한 데다 올해도 3%대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10%대 성장을 구가하던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5%대로 주저앉았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3% 유지도 힘든 처지가 돼버렸다.

어떤 나라든 경제가 발전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10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2년에 2%대(2.94%)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022년은커녕 2016년에 이미 2%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형편이다.

잠재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있고, 국내투자가 부진해 자본재의 성장기여도 또한 하락세다. 기술혁신으로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연구개발(R&D) 투자의 효율성이 낮아 중국의 기술 추격을 턱밑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내외수 복합불황도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다. 가계는 소득 정체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쓸 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후불안과 주거불안, 일자리불안이 겹치면서 쓸 돈이 있어도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간소비가 구조적 장기부진에 빠진 것이다.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 또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한국의 부품소재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현지생산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이 교역 증가로 연결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수출 주도 성장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잠재성장률 3% 붕괴를 막기 위해 경제정책 방향을 확 바꿔야 한다. 먼저 거시경제정책의 중심을 단기부양책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전환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반복되는 추경과 금리인하는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 악화, 부동산 거품 형성, 부채 증가, 구조조정 지연 같은 부작용만 낳는다.

둘째, ‘인구절벽’을 넘어설 만큼 획기적이고 장기적인 인구전략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2020년대 중반까지는 취업애로계층인 청년과 여성,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흡수하고, 2040년대까지는 북한 인력과 외국 인력을 활용하며, 2040년대 이후에는 출산장려책으로 태어난 미래세대가 한국을 이끌도록 인구정책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셋째, R&D 규모와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더 좋은 제품, 더 좋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어야만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넷째,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출 특단의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산층·서민의 노후불안과 주거불안, 일자리불안,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소득층이 마음 놓고 소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경제주체가 혁신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혁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 경영자는 물론 근로자도 혁신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기업혁신체제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창출될 수 있도록 노동·금융·교육 분야를 아우르는 국가혁신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