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택시 타지 않는 서울시 공무원
“연말만 되면 언론에서 택시 승차 거부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니 여론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일반 시민들에 비해 밤늦게 다니는 기자들이 승차 거부에 유독 민감한 것 같네요.” 최근 택시 승차 거부와 관련된 대책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엉뚱한’ 답변이다. 시 고위 공무원들이 심야시간에 승차 거부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처럼 얘기하는 게 놀랍다.

승차 거부 이유는 단순하다. 특정 지역, 특정 시간대에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수요 대비 택시 공급이 부족하다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택시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늘려야 한다.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시간대에 택시 수요를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일한 해결책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간단치 않다.

서울의 택시 수는 법인 소속 2만2000대, 개인택시 5만대 등 7만2000대다. 법인과 달리 개인택시는 ‘3부제’가 적용된다. 사흘에 한 번 심야시간대(밤 12시~오전 2시)에 쉬는 제도다. 하루 1만6000대의 개인택시가 3부제 때문에 심야 운행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심야시간대에 운행할 수 있는 개인택시 3만4000대 중 실제 운행 대수는 1만7000여대에 그친다. 개인택시 기사의 절반이 넘는 60세 이상 운전자 가운데 상당수가 심야 운행을 꺼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서울시는 개인택시의 심야시간대 운행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가 ‘기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개인택시의 심야 부제를 일시 해제했다. 이 때문에 승차 거부는 예년에 비해 덜했다는 게 서울시 내부 평가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연말마다 내놓은 대책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서울시는 심야 부제 해제를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법인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심야 부제 해제가 승차 거부 문제를 100%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의 불편 해소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