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이사장 "1억 세계태권도인 불러 모을 태권도 문화콘텐츠 키울 것"
“태권도를 경기 종목으로만 봐선 안 됩니다. 세계 206개국에 진출한 태권도는 세계인이 인정하는 한국의 전통문화 콘텐츠입니다. 이제 그들이 태권도를 보러 한국에 찾아오도록 해야죠.”

김성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67·사진)은 태권도의 문화적·산업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태권도계와 정부, 민간 관련 기업 등이 모두 힘을 합쳐 ‘국기(國技)’ 태권도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태권도의 산업적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전북 무주군 설천면 태권도원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그는 해군 장교로 전역한 뒤 1986년부터 부산 일대에서 코르웰, 동일조선, 동일해운 등을 설립해 연간 1000억원(2014년 기준) 이상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비리와 파벌 문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던 부산시태권도협회장을 맡으면서였다. 이후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의 부회장 및 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태권도진흥재단은 지난해 개장한 국립 태권도원 운영을 맡고 있는 정부 공공기관이다. 태권도진흥법에 따라 2005년 6월 설립됐다. 김 이사장은 아직 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태권도원을 어떻게 하면 1억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태권도인의 명실상부한 ‘성지(聖地)’로 만들 것인지 골몰하고 있다.
무주 태권도원 전경
무주 태권도원 전경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10배 크기인 태권도원은 국제 경기와 체험, 수련, 교육, 연구, 교류 행사 등이 한곳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세계 유일의 태권도 전용 복합공간이다. 건립 추진 15년여 만인 지난해 총 사업비 2300억원을 들여 개장했지만 기본계획안 변경과 예산 삭감,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태권도의 성지’를 만들겠다던 당초 계획에서 벗어났다. 처음엔 태권도공원을 지향했으나 지금은 수익을 내기 위해 테마파크식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미흡한 시설과 콘텐츠 부족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도원의 핵심공간이 될 상징 지구와 민간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개발지구 등은 아직 빈 땅으로 방치돼 있다”며 “세계 태권도 네트워크를 한곳에 모으려면 태권도원이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담아가게 할 것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만족도를 높여줄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2017년 이곳에서 열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까지가 골든 타임”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스포츠 체험 관광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쿵푸와 가라테 경쟁 상품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국인 내방객이 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태권도원을 방문한 사람은 약 25만명. 이 중 외국인은 70개국 2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로 30여개 단체 1만1000여명이 방문을 취소했는데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각국 국가대표팀 등 태권도 관련 단체뿐 아니라 중국의 무술학교 재학생과 미국 웨스트포인트 사관생도, 국제교류 단체 등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LG와 이랜드, 대교 등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연수 시설로 좋다는 평가를 얻은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김 이사장은 최근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의 방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태권도의 공동 가치를 높여 외국인에게 ‘넘버원’ 소리를 듣도록 하는 게 태권도원이 장기적으로 할 일”이라며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 3차원(3D)홀로그램 체험관, 한류와 연계한 액션영화 촬영장 등 콘텐츠 보강에 힘써 3년 안에 외국인 내방객 수를 전체의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주=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