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포놓던 비주류, 탈당 결행 대신 '文사퇴' 당내투쟁 집중양상
첫 여론조사, 安 탈당에 민심은 우호적· 당심은 비판적 대조

지난 13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후 후속 탈당이 예상보다 탄력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15일 현재 탈당이 기정사실화된 의원은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3명이다.

주중 추가 탈당이 예상되는 의원은 김동철 의원 등 1~2명 수준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시절에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이 그동안 주중 탈당 인원을 5~10명으로 전망해 왔음을 고려하면 최소예상치에도 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즉각 탈당에 동조하고 나서는 비주류 규모가 예상보다 적게 비쳐지는 것은 혁신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이 치킨게임을 벌이던 상황에서 비주류가 문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 예상 인원 자체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비주류들이 야권 상황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되자 섣불리 탈당을 선택하는 대신 향후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관망적 태도로 돌아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주류가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다 안 의원 역시 신당 창당이나 세력 규합 등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 않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친문에 대해 비판적인 '호남' 표심을 모두 잡아야 하는 비주류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역평가 하위 20%를 물갈이하기 위한 평가 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자칫 처신을 잘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몸을 사리게 하는 부분이다.

결국 안 의원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후속 탈당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관측이 높다.

일단 안 의원의 탈당 후 첫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의원 탈당에 대한 일반 국민 여론과 야당 지지층의 견해가 대비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일 때 어느 당에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안철수 신당'은 18.6%로 새정치연합(23.0%)를 오차범위 내에서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라 호남권에서는 30.4%로 새정치연합(27.0%)을 오차범위에서 앞섰다.

다만 새정치연합 지지층 내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높다.

전체적으로는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이 54%로 잘못했다(29%)보다 훨씬 높았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잘했다(34%)와 잘못했다(54%)가 역전됐다.

분열의 책임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 지지자 중에서는 안 의원이라는 응답(24%)이 문 대표(21%)보다 오차범위에서 더 많았다(이번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한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조사는 안 의원의 탈당 직후 이뤄진 만큼 여론의 변화를 충분히 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여론의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후속탈당의 규모는 안 의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어떻게 될지, 특히 새정치연합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민심이 어디에 힘을 실어줄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현재 탈당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 중에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 박지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포함돼 있어 이들의 거취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시 안 의원과 공동창업자인데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23명과 집단 탈당을 감행한 적이 있고, 현재도 수도권 비주류의 결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 전 대표 측은 "사람들을 만나고 (최종결심을)하지 않겠냐"며 "일단 고심하고 있으니 좀더 보자"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문 대표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호남권의 맹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비주류는 당장 탈당 결행 여부를 고민하기보다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투쟁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비주류 21명의 모임인 '구당(救黨)모임'은 지난 14일 지도부 교체를 전제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연일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어가는 밤"이라고만 언급했다.

구당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이제는 문 대표가 본인이 평정심을 갖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어떤 결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