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또 '검은 거래'…"회사 차원 아닌 개인 범행"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가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이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소속 펀드매니저인 박모(35)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차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주식리서치팀에서 IT 담당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지난 2012년 중순께 주가 조작 세력으로부터 '디지텍시스템스'의 주식을 매입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차장에게 주가 조작을 청탁한 3명은 이미 구속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현재 수사를 받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박 차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개인 컴퓨터에서 당시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 등 자료를 복사해 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압수수색도 회사가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아닌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당시 어떻게 주가조작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게 됐는지 확인 중"이라며 "당시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문제가 된 종목의 비중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 2012년 2월 자본이 전혀 없던 '기업사냥꾼' 일당에게 인수됐다.

이들은 인수 이후 매출조작과 횡령, 사기대출 등을 저질렀다가 무더기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자금난을 겪던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매각마저 무산됐으며 올해 1월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됐다.

한편 최근 한미약품 기술수출 관련 정보가 사전 유출돼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동아원의 주가조작 혐의로 투자자문사 대표가 구속되는 등 금융투자 업계에서 연이어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채새롬 기자 ljungberg@yna.co.kr, srch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