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로 편입됐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유로화 등과 같은 글로벌 통화로 성장했음을 IMF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SDR 구성통화 편입으로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추진해온 위안화 국제화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여전히 낮아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위협하는 기축통화로 부상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5대 글로벌 통화로 공식인증

IMF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본부에서 집행 이사회를 열어 중국의 위안화를 SDR 구성통화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SDR의 구성통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위안화 등 5개 통화로 늘어났다. IMF의 이번 결정으로 위안화는 내년 10월부터 SDR 구성 통화로 정식 편입될 전망이다.

IMF는 5년에 한번씩 집행 이사회를 열어 SDR 구성통화를 재조정한다. 중국은 2010년에 SDR 구성 통화 편입을 신청했지만 ‘자격 미달’로 무산됐다. 이번에 IMF가 위안화를 SDR 구성통화로 편입시킨 것은 5년전에 비해 위안화 국제화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IMF는 지난 7월 진행한 사전검토에서 위안화는 SDR 구성통화 편입 기준 중 ‘수출기준’은 이미 충족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이용 기준’은 2010년대비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사전검토 당시 제기한) SDR편입에 필요한 잔여 문제들을 중국 당국이 모두 처리했다는 것이 IMF실무진의 판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지난 8월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산정할때 시장환율을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환율 제도를 개혁했고, 은행간 채권시장에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자유로운 이용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금융 개혁·개방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위안화 자산 수요 급증” vs. “상징적 의미”

중국 현지 언론들은 위안화의 SDR 구성통화 편입을 중국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비견되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WTO 가입 이후 중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이 빛을 발했듯이 위안화의 SDR가입을 계기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도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위안화의 SDR 구성통화 편입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세계 중앙은행들의 위안화 자산에 대한 수요는 총 1조달러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의 SDR편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개혁·개방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판공성 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앞으로 5년안에 금융시스템을 현대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내년 상반기중에 선전 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간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제도인 ‘선강퉁’을 시행하기 위해 관련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채권시장의 대외 개방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위안화의 SDR편입이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SDR편입이 반드시 각국 중앙은행이 해당 통화를 외환보유고로 비축하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과거 이란의 리얄화가 SDR구성통화에 속해 있을때도 리얄화를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분석 기사에서 “중국은 채권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도 강해 위안화가 당장에 글로벌 기축통화로 부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