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30일 서울 용산 본사 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30일 서울 용산 본사 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LG유플러스가 1일 권영수 부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권 부회장은 30일 오전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본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출근은 언제나 흥분된다”며 “앞으로 업무 파악을 신속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공식 발령일은 1일이다. 하지만 하루 앞서 출근해 방송통신 현안 등 업무 파악에 나섰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주요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을 거치며 경영 실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LG전자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는 등 재무와 전략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공격적 경영 스타일을 내세워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네트워크 등 신성장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격변하는 방송통신시장에서 LG유플러스를 ‘만년 3위’ 자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료방송시장 돌파구 찾나

권 부회장은 2010년 LG그룹 통신 계열사가 통합돼 LG유플러스로 재편된 뒤 처음으로 경영 바통을 이어받는 수장이다. 6년간 지속됐던 LG유플러스의 1기 ‘이상철 체제’에서 2기 ‘권영수 체제’로 바뀌는 만큼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다.

방송통신 격변기에 사령탑을 맡은 권 회장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KT와 SK텔레콤은 ‘2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LG유플러스가 방송통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케이블TV 회사 인수 등 새로운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방송통신 분야에서 경쟁사의 과감한 M&A에 밀려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9년에는 한솔PCS 인수를 시도했지만 KT에 밀렸고, 2008년 하나로텔레콤 인수 경쟁에선 SK텔레콤에 고배를 마셨다.

◆IoT 등 신사업 강화할 듯

권 부회장은 과거 LG전자 시절 M&A추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고, LG화학 등에서 글로벌 사업을 과감히 추진하며 경영 실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LG유플러스가 M&A를 비롯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당시 삼성전자에 맞서 설비 투자를 강화해 애플과의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당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하락으로 4분기 연속 적자였던 회사를 취임 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며 세계 1위 패널 회사로 키웠다.

통신분야 경험이 없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등의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IoT, 자율주행차 등 신성장사업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글로벌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도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재무통으로 구조조정 전문가인 권 부회장이 B2B(기업 간 거래) 사업 등에 집중하며 사업 구조 개편에 힘을 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새로운 CEO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사업을 그룹 내 한 축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