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경제 5가지 '블랙스완'은…
내년에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릴 ‘블랙스완’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중국 경제 경착륙, 글로벌 경기침체 재연, 미국의 소비침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지연 등 다섯 가지가 꼽혔다. 블랙스완이란 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실제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효과와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을 뜻한다.

◆중국의 경착륙 등 파급효과 커

프랑스 투자은행(IB) 소시에테제네랄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세계 경제를 위협할 블랙스완 차트’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이 예측한 블랙스완 중 개연성이 가장 큰 것은 브렉시트(45% 가능성)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아직 구체적으로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내년 3분기를 가장 유력한 시기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지율을 올리고, 독일 등 EU 측 파트너와의 협상에서 EU 탈퇴 카드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다.

최근 프랑스 테러 이후 난민 유입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에서도 반(反)EU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EU 전체의 분열로 이어져 유럽 경제 전반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도 비교적 발생 가능성이 높은(30%) 블랙스완으로 꼽혔다. 급격한 자본 유출과 금융권 비수익여신 증가, 중국 인민은행의 불충분한 정책 대응이 신용경색을 불러오고, 주택수요 감소로 인한 부동산시장 붕괴 위험이 경기 추락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 경착륙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의 위기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침체 재연이라는 또 하나의 블랙스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쇄적인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소비 부진(25%)도 내년 세계 경제에 쇼크를 줄 수 있는 블랙스완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내년 선진국의 경제 회복은 소비가 열쇠를 쥐고 있다며 만약 경기 둔화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향후 경기회복 불확실성이 커져 소비를 줄이면 글로벌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나리오는 Fed의 정책 실패에 따른 블랙스완 출현 가능성이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루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앙은행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10% 정도로 낮게 봤다.

◆BoA, 사우디 페그제 포기 거론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한 긍정적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각국의 투자 회복과 교역 확대(20%), 더 적극적인 재정 확대(15%), 속도감있는 개혁 추진(10%) 등이다. 이 같은 정책공조가 이뤄지면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을 감소시키고, 글로벌 수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블랙스완의 정의는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인데 각 시나리오의 개연성이 높아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 보고서는 실제 발생하면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원유시장의 블랙스완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미 달러화 페그제 포기를 거론했다. BoA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이 매달 180억달러 감소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자국 화폐 리알화의 미 달러화 연동을 폐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