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날' 앞두고 간담회…"시장에 맡기고 실패 부분에 정부 개입"
"중국 변화 불가피…긍정적으로 보면서 극복하고 활용해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기업 구조조정은 상시 진행돼야 한다"며 "다만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맡기고 시장 실패가 있는 부분에 정부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다음 달 5일 '제52회 무역의 날'을 맞아 간담회를 열고 한국 무역이 안고 있는 과제와 경제 재도약에 필요한 요인 등에 대해 언급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김 회장은 올해 심각한 부진을 겪는 수출 분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제와 관련해 "기업에 맡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 경제구조가 자유화, 유연화되면서 불필요한 구조가 최소화돼야 한다"며 "이런 쪽으로 가야 우리 기업을 살리고 장기적으로 수출 회복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인해 국내 주력 산업인 조선, 해운, 철강, 석유 분야 등이 일제히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해서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일본 마쓰시타 전기회사(현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쓰케가 한 명언 '호황은 좋다.

그러나 불황은 더 좋다'는 말을 인용했다.

불황이 돼야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업의 군살을 빼면서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구조조정은 사실 연속적인 과정이며 끊임없이 평상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한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법인세를 높이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알을 낳는 닭을 잡아먹으면 되겠느냐"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기업이 돈을 벌면 개인의 소득으로 환원되며 개인의 소득으로 전환될 때 세금을 붙여야 한다"며 "기업 자체에 과세를 과중하게 하면 외국으로 나가 버릴 것이며 외국 기업도 우리나라에 오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조자룡이 창 휘두르듯이 정부가 다 칼을 휘두르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이 있으며 금융기관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각 역할이 잘 이뤄지게 하는 게 정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서서히 손을 떼도 시장에 의해서 자연적 구도로 상시적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며 다만 과거와 달라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에 대해서는 "비 올 때는 우산을 뺏고 햇빛이 나면 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금융기업은 잘 될 때는 물론 못 될 때에도 이 기업이 정말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살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제조업은 세계적인데 금융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멈추고 내수 위주로 전환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면서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극복하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쪽으로 우리의 정책이나 사고를 바꾸고 기업과 정부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비준동의를 앞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서는 "지금 현재 상황에서 우리에게 이익이냐 손해냐를 따지기보다는 장기동태적으로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같이 봐야 한다"며 "대외적으로 국제화하는 것보다 우리 경제와 구조개혁에 도움이 되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