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지도부는 26일 밤 비공개 회동과 27일 오전 회동을 이어가며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일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야당이 법안과 예산안 연계입장을 고수하면서 30일 비준안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비준안의 단독처리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여야 합의 발표 직후 “(비준안) 처리가 아닌 ‘논의절차’에 합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여당의 요구에 따라 추가 본회의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그것이 비준 동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각종 법안,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분야를 비롯한 예산안 등과 비준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 보이콧까지 하겠다고 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원내 현안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30일 한·중 FTA 비준은 (여당 측의) 추측이지, 합의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구체적인 피해보전 대책과 후속 협상대책은 세법 정비와 예산소요가 뒤따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한·중 FTA 피해대책, 중점 예산 증액, 쟁점 법안에 대해 30일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우리 당은 각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원회 등 모든 의사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최대한 합의 처리를 시도하되, 합의가 불발되면 상임위 단독 처리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법안은 6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재적의원 23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14명으로 전체의 60%가 넘기 때문에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FTA 비준동의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로 넘어간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날 여야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비준동의안이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본회의로 넘어오면 곧바로 상정해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조수영/은정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