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다음 달 13일 0시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는 '서울역 고가'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지난 45년 간 서울역 동부와 서부 도심을 이어주던 서울역 고가. 공원으로서의 인생 2막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아래 기사는 서울역 고가의 시점에서 재구성됐습니다.

[신세원의 화양연화 5회] 마흔 다섯…운좋은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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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았다. 오래됐다. 구시대적이다" 내 앞에 사람들이 붙인 수식어들.

1970년 생, 이제 마흔 다섯. 사람으로 치면 한창 큰 일 할 나이지만 나는 이제 낡고 구시대적인 서울의 한 고가도로일 뿐이다.

45년 전 산업근대화와 함께 지어질 당시 나도 나름 교통 요충지로 잘 나갔다. 1967년 탄생한 한국 최초의 고가도로였던 청계고가도로, 1968년 개통된 아현고가도로와 함께 우리 3인방은 서울시 근대화의 상징물이었다.

시골서 상경한 사람들 눈에는 신기함, 첨단 그 자체였다. 도로가 저 높이 솟아있으니 놀랄 수 밖에.

45년 간 매일 약 5만 대 차량이 생계를 위해 내 위를 내달렸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1990년대. ‘나’는 위험한 '놈'으로 전락했다.
어느덧 마흔 다섯, 중년에 받은 건강검진. 그 결과는 D등급 판정, 재난위험시설물이었다.

"난 이제 사라지겠지?"

"고쳐서 다시 쓰면 된다" VS "도시 재생 사업에 쓰겠다" 첨예한 대립.

특히 남대문 시장 상인은 "장사도 도통 안되는데 돌아가면 남대문으로 사람들이 오겠어? 차도 막혀 사람도 안 와, 다 문제야"라고 반대했다.

반면 찬성 시민은 "청계천도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며 "먼 미래를 생각하고 지금 청계천처럼 서울의 상징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원화 주된 근거는 고가 재활용사업비 분석결과였다.

개발 소요비용(2124억원)보다 환경개선편익(3887억원)이 컸다. 개발 비용 대비 1.83배의 긍정적 효과 발생한다는 게 내용이었다. (서울연구원, 대한국토학회의 서울역고가 재활용사업 비용 분석 결과, 2015년 1월)

오히려 사람들이 내게 묻는 듯 했다. "선택해봐. 넌 누구 편이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청계고가와 아현고가에 비하면 나는 그마나 행운아인가. 공원으로 꽃단장해준다니 말이다. 혼자 호사를 누리나 싶어 옛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리울거야 그 시절. 공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그 때. 다시 만나자. 마흔 다섯 나도 인생 2막이다.

45년 동안 서울역을 주변을 지켜온 ‘서울역 고가’는 2015년 12월 13일 0시를 기준으로 잠시 휴식 기간을 갖습니다. 서울의 동쪽과 서쪽 도심을 45년 간 이어주던 ‘서울역 고가’의 재탄생을 기다려보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원화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도 함께 경청하길 기대해봅니다.

# '신세원의 화양연화'란? 세상 모든 것에는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 누구든 무엇이든 영원할 수 없기에 화양연화는 가장 값진 기억, 가장 그리운 시절로 빛납니다.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쓸려 사라지고 잊혀지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의 '화양연화'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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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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