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울광장 분향소 일반인 조문객 수백 명 발길 이어져
"하나회 해체 등 여러 용단으로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기여"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23일 서울 국회의사당과 서울광장에 각각 마련된 분향소에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일반인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정부대표 분향소인 국회 분향소는 이날 오전 10시20분 첫 조문객을 받아 오후 3시까지 시민 약 400명이 방문했다.

은은한 향내가 가로 2m·세로 3m 크기의 대형 영정과 어우러져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민들은 현장에서 제공된 하얀 장갑과 검은 근조 리본을 착용하고 하얀 국화를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은 누구보다 대범한 정치인, 신념을 지킨 정치인으로 고인을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김모(81)씨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일본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 등 직설적인 말씀들로 민족 혼을 그대로 내뱉었던 장면들이 아직 선명하다"며 고인의 영정을 연신 뒤돌아봤다.

임영기(53·서울 서초구)씨는 "고인이 하신 일이 많은데 IMF 사태 때문에 임기 동안 쌓은 업적이 빛이 바랬다"면서 "하나회를 해체하고, 정권 교체 판을 깔아주는 등 여러 용단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힘썼던 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광장 분향소는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완성되자마자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최대 80m가량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기봉(77·경기 안산)씨는 "평소 존경하는 분의 분향소가 마련됐다고 해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왔다"면서 "민주화를 위한 고인의 열정을 다음 세대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사는 일반인 조문객들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추억을 갖고자 서울 분향소를 찾은 뒤 "이제야 편히 고인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김영희(62)씨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왔다가 곳곳에 조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서거 사실을 알았다.

민주화를 위해 누구보다 크게 공헌하시고 대범한 결심들로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이바지하신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완일(60·경북 안동)씨는 고인에 대해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나라가 번창할 수 있게 만든 분"이라면서 "조금 더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드물게나마 젊은 세대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대형 분향소를 찾은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다소 어색한 태도였으나 표정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진지했다.

국회 분향소를 찾은 동국대 사학과 1학년 김상현(19)군은 "평소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데 역사적 현장이라는 생각에 오게 됐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인도 분향소를 방문해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새누리당 현직 의원 6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함께 국회 분향소를 방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에 인사를 올렸다.

박 시장은 헌화를 마치고 "서울시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민주화를 위한 고인의 뜻을 기리는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