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30) 현금결제와 실물인도
최근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의 한 그림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2000억원의 가격으로 중국 억만장자에게 팔렸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그는 이 그림을 소장을 위해 샀을 수도 아니면 투자를 위해 샀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구입 목적도 크게 보유와 투자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매입한다. 주식을 실물로 보유하면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번씩 꺼내 보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가 매입한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는 것에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식을 선도 혹은 선물거래로 매입할 때도 간편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즉 만기일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주식 실물을 인도하는 대신 매매 결과 발생한 손익만을 정산해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11월18일 A가 삼성전자 1주를 한 달 후인 12월18일에 B로부터 140만원에 사기로 하는 선도거래를 맺었다고 하자. A(B)는 12월18일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보다 높을(낮을) 것이라 전망하며 돈을 벌려는 투기적 목적으로 이 선도거래에 임하고 있다. 한 달 후 주가가 150만원이 된다면 A는 B에게 약속된 140만원을 지불하고 1주를 받아 이를 즉각 150만원에 매도하면 10만원의 이익을 얻는다. 반면 B는 150만원을 지불하고 1주를 구입하여 A에게 140만원에 인도해야 하니 10만원의 손실을 본다. 즉 종국적 결과는 A(B)는 10만원만큼 돈을 벌었다(잃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A, B가 반드시 주식을 동원해서 거래를 이행할 필요가 있을까? 140만원과 150만원의 두 숫자만을 비교하여 B가 A에게 10만원을 주면 종국적 결과는 같고 정산 방식은 훨씬 간편하다. 이러한 정산을 선물(선도)거래의 현금정산(cash settlement)이라 한다.

원유처럼 실제 보유(사용) 목적으로 자산을 선물거래로 매입하는 경우는 어떨까? 현물시장의 원유가격 등락이 심하므로 산유국이나 수입국 모두 미래 인도될 원유의 가격을 오늘 확정시키는 선물거래를 선호한다. 이때는 둘 다 원유 자체의 인도를 목적으로 하므로 손익만을 계산해 현금으로 지불하는 현금정산은 난센스이며 꼭 실물을 인도해야 하는데 이를 실물인도(physical delivery)라 한다. 주식, 외환 등 대부분 금융자산의 선물거래 동기는 투기인 반면 원유의 예에서 보듯 대부분 천연자원, 농산물 등의 선물거래 동기는 헤지이다. 그러므로 헤지(투기)를 위한 선물거래는 실물인도(현금정산)가 맞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