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통 큰 채용' 내년에도 계속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 가장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은 기업들의 신규 채용 증대다. 다행히 주요 기업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삼성 등 13개 주요 그룹은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10% 이상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사회맞춤형 학과 및 창업교육 등도 지원하고 있다.

13개 그룹 올해 채용 10% 이상 늘려

삼성 등 13개 그룹은 연초 계획 대비 10% 이상 신규 채용 규모를 늘려 올해 약 10만3000명을 뽑기로 했다. 올해 연초 계획보다 채용을 늘리는 그룹은 삼성(2000명), SK(1000명), GS(200명), 한진(540명), 한화(4000명), CJ(1600명), 효성(50명) 등 7개 그룹으로 총 9300여명을 더 채용한다. 현대자동차, 롯데 등 6개 그룹은 중국 성장 둔화와 수출 부진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됐지만 연초 계획된 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올해처럼 경기가 연초에 비해 악화되면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대기업 '통 큰 채용' 내년에도 계속된다
대기업의 채용 증가는 청년 고용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돼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높아진 대학 진학률과의 미스매치가 심화되면서 고학력 청년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통상 30대 그룹의 연간 채용 규모가 12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3개 그룹이 연초 계획 대비 1만명을 더 뽑는 것은 상당한 규모”라며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기업들의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등 11개 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예정인 것도 청년 고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 등 10개 그룹은 내년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사협상을 벌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에 이른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인건비 절감에 따른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내년 이후 고용과 간접 지원 더 늘려

13개 그룹 중 8개 그룹은 내년부터 채용을 더 늘리기로 했다. 올해 8개 그룹은 5만1300명을 뽑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14.5% 늘어난 연평균 5만872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올해 9500명을 뽑는 현대차는 내년부터 3년간 연평균 1만2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1만5800명을 채용하는 롯데는 3년간 5만8200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외 GS 한화 신세계 CJ LS 효성 등도 내년 이후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13개 그룹은 향후 5만8000여명의 청년에게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사회맞춤형 학과와 창업교육 등도 제공하기로 했다. 2018년까지 삼성 현대차 SK 등 6개 그룹은 9400명 이상의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 삼성이 2017년까지 3000명, 현대차가 2018년까지 2400명, SK가 2017년까지 4000명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고용디딤돌은 취업 희망자를 모집해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인턴십을 갖게 한 후 취직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사회맞춤형 학과 프로그램은 9개 그룹 4800명 이상, 창업교육은 6개 그룹 4만4000명에게 각각 제공될 예정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사회맞춤형 학과 프로그램에 참가할 청년을 각각 1600명과 2000명 모집한다.

창업교육은 삼성이 비전공자 소프트웨어(SW) 교육 등에 1만5400명, 현대차가 창업지원 5400명을 모집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낸다면 13개 그룹 이외 더 많은 대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