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랑 세탁기' 13년 장수 비결은
13년간 하루 120대씩 꾸준히 팔린 세탁기가 있다. 보통 세탁기가 길어야 3~5년 팔리다 단종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2002년 첫선을 보인 뒤 현재까지 팔리고 있는 삼성전자 ‘아가사랑 세탁기’(사진) 얘기다. 역대 삼성전자 세탁기 중 최장수다. 이 세탁기는 13일 7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아가사랑 세탁기는 삶음 기능이 있는 3㎏짜리 소형 전자동 세탁기다. 소량의 빨랫감을 편리하게 삶을 수 있다. 세탁기 사용과 별개로 수건이나 속옷을 따로 삶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그전까지는 삶음 기능을 갖춘 세탁기가 없어 가스레인지 불에 양동이를 올려놓고 빨래를 삶아야 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성공 비결을 ‘3단계 진화’로 꼽았다. 2002년 출시 당시 제품명은 ‘삼성 파워드럼 100℃’였다. 100도에서 빨랫감을 삶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세탁기 도어도 온도계 형상으로 선보였다. 이듬해엔 ‘삼성 아가사랑 세탁기’로 제품명을 바꾸고 아기 얼굴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내놨다. 박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과장은 “아기 세탁물이 많은 집을 중심으로 팔리는 것을 보고 아기용 특화 세탁기로 전략을 바꿨다”며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판매 전략에 변화를 준 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노년층에서도 삶음 기능의 수요가 있다고 보고 이중 사출 도어를 채용해 재질을 고급화했다. 박 과장은 “세 번째 업그레이드한 뒤 노년층까지 아우르며 판매가 늘었다”며 “요즘도 소비자 반응을 점검하며 변화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