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웨버 "내년 90세…'추모의 벽' 마무리하고 싶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추진
사업비 200억원…돈보다 관심을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추진
사업비 200억원…돈보다 관심을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89·사진)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예비역 대령인 그가 마지막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사업이다.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용사들,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전쟁포로와 실종자의 이름을 일일이 새겨넣은 유리벽을 기념공원 안에 조성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1700만~2000만달러(약 195억~230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자금을 모으는 게 사업 성패의 관건인 것 같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돈’보다 ‘관심’이다.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미국 의회 내에서 관심도 자체가 낮고 의원들이 관련 법안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웨버 회장은 “이미 설계도까지 있고 기금을 모으고 설계승인을 거쳐 시공할 준비가 다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추진하려면 법안부터 의회를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하원의 ‘H.R. 1475’와 상원의 ‘S. 1982’ 법안이다.
웨버 회장은 “하원의 소관 상임위원장이 다음달 초 전체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전체회의에 올라가기만 하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하원이 통과되면 상원은 거의 자동적으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웨버 회장의 ‘희망사항’이 반드시 현실화될 것이라고 보장하기는 힘들다. 지난 112대와 113대 때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자동폐기된 전례가 있어서다. 의원들이 표면상으로는 지지 의사를 밝히더라도 실제로는 이 사업의 중요성과 참전용사들에게 주는 의미를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웨버 회장이 추모의 벽 완공 시점으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 건립 25주년인 2020년이다. 법안의 유효기간이 5년이라는 점에서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웨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이전에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주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며 “살아생전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