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눔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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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우리가 부러워하는 서구 선진시민사회에서의 나눔과 배려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우리 사회에는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자신이 쌓은 부는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지키거나 불려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부에 대한 관점이 선진국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이는 자녀 양육에서도 드러나는데 이와 관련해 되새겨볼 만한 일화가 있다.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아이를 키우며 사업에 전념할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초등학생 아이를 외국인학교에 보냈는데 그곳은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주재원의 자녀와 소위 국내 지도층의 자녀가 많았다. 나중에 안 얘기인데, 당시 학부모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 사이에 비싼 옷으로 경쟁하는 문화가 있어 패션 사업을 하는 엄마를 둔 내 아이의 옷차림에 다른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옷차림은 다른 학부모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만큼 수수했다.
당시(1990년대 초) 사업으로 바빴던 나는 집 근처 삼선시장에서 아이 옷을 사서 입혔다. 자주 가기 어렵고 또 아이가 한창 자라는 나이여서 6개월에 한 번 갈 때마다 큰 비닐봉지에 가득 수수한 시장 옷가지들을 담아와 입혔다.
자본의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부자들은 검소하다. 이들은 자녀교육에도 신중하다. 비싼 옷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 속에서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가르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말하며,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부를 축적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가능한 것이므로 부자는 마땅히 사회적 기여에 책임이 있다. 2011년 적십자 간호대학 합병 과정에서 빚어진 불미스러운 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라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5만명의 봉사원과 25만명의 RCY 청소년이 함께 어릴 때부터 소액으로 시작하는 기부와 봉사를 통해 행복한 습관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풍부한 감성과 이해심, 인간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갖게 해 밝은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정한 선진시민사회로 가는 길은 나눔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아이를 키우며 사업에 전념할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초등학생 아이를 외국인학교에 보냈는데 그곳은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주재원의 자녀와 소위 국내 지도층의 자녀가 많았다. 나중에 안 얘기인데, 당시 학부모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 사이에 비싼 옷으로 경쟁하는 문화가 있어 패션 사업을 하는 엄마를 둔 내 아이의 옷차림에 다른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옷차림은 다른 학부모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만큼 수수했다.
당시(1990년대 초) 사업으로 바빴던 나는 집 근처 삼선시장에서 아이 옷을 사서 입혔다. 자주 가기 어렵고 또 아이가 한창 자라는 나이여서 6개월에 한 번 갈 때마다 큰 비닐봉지에 가득 수수한 시장 옷가지들을 담아와 입혔다.
자본의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부자들은 검소하다. 이들은 자녀교육에도 신중하다. 비싼 옷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 속에서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가르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말하며,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부를 축적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가능한 것이므로 부자는 마땅히 사회적 기여에 책임이 있다. 2011년 적십자 간호대학 합병 과정에서 빚어진 불미스러운 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라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5만명의 봉사원과 25만명의 RCY 청소년이 함께 어릴 때부터 소액으로 시작하는 기부와 봉사를 통해 행복한 습관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풍부한 감성과 이해심, 인간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갖게 해 밝은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정한 선진시민사회로 가는 길은 나눔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