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경주-황룡사지’
이동춘 ‘경주-황룡사지’
사진작가 이동춘은 1주일째 황룡사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신라 진흥왕 때 궁궐을 지으려다 황룡이 나타나자 사찰로 고쳐 지었다는 황룡사는 고려 때 불타 사라지고 지금은 당간지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동춘은 촬영에 앞서 황룡사에 대해 인문학적 탐구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옛 사찰의 이야기가 묻어 나오는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막 지고 난 뒤 갑자기 용 모양의 구름이 돌기둥 위로 날아왔다. 작가는 재빠르게 셔터를 몇 차례 눌렀고 구름은 곧 사라졌다. 경주를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7개월 동안 밤낮으로 정성을 들인 사진작가에게 하늘이 응답이라도 하듯, 1500년 전의 황룡이 구름이 돼 다시 나타났다. (류가헌 15일까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