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몽룡, 제자 만류에 회견 불참…반대 콘서트 이승환 '살해협박'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냈다가 주변 사람이나 네티즌들에게 '난타'를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 집필자로 초빙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에게는 인터넷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반대로 국정화 반대 콘서트를 연 가수 이승환은 살해 협박을 받았다.

이같은 현상은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학자 등이 자신의 소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5일 학계 등에 따르면 새 역사 교과서 상고사 단원 대표 집필자인 최 명예교수는 지난 3일 밤 초빙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제자들의 만류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

최 명예교수는 인터뷰에서 "(4일) 새벽부터 오전 8시까지 40여명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반대가 3분의 2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제자는 집으로 찾아와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관련 기자회견)에 가지도 말고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도 말라'고 막았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제자들의 거센 만류로 결국 불참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대표 집필진 6명 중 이름이 공개된 두 사람에게 악성댓글도 쏟아지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두 집필자를 '식민사학자의 제자'라고 지칭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얼굴마담'이나 '노욕' 등 인신공격성 악성댓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정화 반대 측도 공격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이승환은 자신의 SNS에 자신을 언급한 한 네티즌의 글을 캡쳐해 올렸는데 '반국가 선봉에 섰던 종북 가수 신해철이 비참하게 불귀의 객이 됐다. 다음은 빨갱이 가수 이승환 차례'라는 협박성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승환은 "이게 그네들의 수준, 피식.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라고 응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정화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더라도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고, 바른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집필에 참여하겠다는 뜻이 있어도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자칫 학계에서 '왕따'가 되거나 불특정 다수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명단 공개 방침을 수차례 번복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어차피 교과서 최종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집필진이 공개되지만, 그전에는 외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원고가 끝날 때까지는 그분들(집필진)을 편안하게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교과서 집필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 최 명예교수의 사례처럼 참여 자체를 저지하려는 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진보단체가 교학사 교과서 선택 학교에 철회 압박을 가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자칫 교과서 집필뿐 아니라 자신의 연구까지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신상털이' 등의 우려도 있어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국편은 투명성을 지키면서도 저자가 집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