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또 동결…Fed "12월에 상황 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28일(현지시간) 고용 부진과 물가 하락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유지를 결정했다.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내린 뒤 5년10개월째 동결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조정을 검토하는 시점을 ‘다음 회의’(12월15~16일)로 명시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Fed는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를 마친 뒤 성명서를 통해 “고용과 물가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여전히 적절하다는 판단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10명의 위원 중 9명이 금리 유지에 찬성했고, 한 명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Fed는 미국의 경제활동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건설 부문 등에서 ‘점진적(moderate)’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고용 증가 속도가 더디고, 에너지 가격 하락과 수입물가 하락 등으로 물가상승률도 목표 수준(2%)에 못 미쳤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9월 미국의 신규 일자리 수는 14만2000건으로 2개월 연속 20만건을 밑돌았다. Fed는 월 신규 일자리 20만건을 안정된 고용시장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Fed는 지난 9월 금리 동결 결정 때 주요 원인으로 꼽았던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Fed가 성명서에 ‘다음 회의’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시장의 해석은 엇갈렸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성명서에서 명시적으로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구체적으로 정책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12월 인상 가능 신호를 최대한 강하게 보냈다”고 해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성명서 발표 직후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전날보다 0.06%포인트 상승해 장을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성명서 내용이 예상보다 ‘매파적(hawkish)’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요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상승폭이 커졌다. 달러 강세 영향으로 국제 금값은 0.9% 하락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