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별 인터뷰] 더글러스 호지 핌코 CEO "한국 투자자 자국 주식 비중 너무 커 변동성 커지면 '타격'"
“한국 투자자들은 주식, 특히 자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더글러스 호지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짤 때 투자 대상에 따라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과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이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핌코 본사에서 호지 CEO를 만나 글로벌 투자환경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각국의 상황이 제각각입니다. 미국은 괜찮지만 많은 국가가 원자재와 자산가격 하락에 직면해 있고, 일부 국가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선뜻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글로벌 지표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피할 수 없습니다. 신용과 자산,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와 정책 리스크는 여전하고 최근 들어선 소비자 신뢰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률이 낮아지는 속도는 완만할 것입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목표치 밑으로 떨어졌는데요.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최근 중국 금융시장의 혼란과 리스크 증가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경기 둔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중국발(發) 글로벌 침체 가능성은 없을까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지면 침체로 볼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생길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1%와 3.6%다.)

▷유럽과 일본은 어떻습니까.

“유럽 경제는 최근 몇 년간 개선되고 있습니다. 성장률도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은 성장률 회복과 물가상승률 제고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두 경제권 모두 추가 양적 완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글로벌 경제, 특히 중국의 상황 변화가 Fed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추가적인 경기지표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FOMC 결정의 핵심은 금리 인상 취소가 아니라 연기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글로벌 시장이 미국의 제로금리를 즐길지 알 수 없습니다.”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봅니까.

“핌코는 12월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의 경기지표 등을 감안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금리인상 시기보다는 인상의 폭과 속도, 그리고 얼마까지 올라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금리 인상은 과거 인상 때와 비교해 가장 완만하고, 최종 목표점도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이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2013년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과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으나 금융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시보다 각국이 강력한 금융시스템을 갖췄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합니다. 또 외환시스템도 자율변동환율제로 바뀌었습니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요.

“신흥시장은 금리 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고, Fed의 긴축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입니다.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바로 받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교역파트너입니다. 중국의 급격한 수요 부진과 성장률 하락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책당국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긴급히 필요하진 않겠지만, 예상을 훨씬 밑도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됐을 때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기관투자가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다른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인데, 자산 종류별로는 주식, 지역적으로 자국 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투자 목적에 따른 적절한 리스크 배분과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무엇을 가장 신경써야 할까요.

“Fed의 결정에만 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선 안 됩니다. 유럽과 일본,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략과 차별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투자상품이 유망할까요.

“안정적이면서 정기적인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나 ‘리퀴드 얼터너티브 펀드(liquid alternatives fund)’처럼 헤지펀드 전략을 활용해 추가적인 고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전통적인 대체상품과 달리 유동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핌코의 투자결정 방식은 어떻습니까.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거시정책 분석, 재무제표 평가, 포트폴리오 설계 등 다방면의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게 기본입니다. 이후 각각의 전망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합니다. 경기주기의 변화, 경제정책 리스크,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성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들까지 모두 논의합니다. 이렇게 개별투자와 전반적인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 리스크를 조정한 뒤 각각의 고객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와 투자수익을 제공합니다.”

▷창업자 빌 그로스가 회사를 떠난 뒤 투자금이 유출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창업자가 떠났지만 핌코 특유의 DNA는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260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견고하고 강한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핌코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이후 40개 이상의 펀드에서 새로운 고객과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해외 특별 인터뷰] 더글러스 호지 핌코 CEO "한국 투자자 자국 주식 비중 너무 커 변동성 커지면 '타격'"
■ 더글러스 호지 CEO는…

핌코에 25년간 몸담은 투자전문가다. 지난해 핌코의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빌 그로스와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언이 불화 끝에 둘 다 회사를 떠나면서 위기에 빠진 핌코를 정상화하기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CEO에 올랐다.

취임 후 회사를 6명의 부문별 CIO가 참여하는 집단의사결정 체제로 바꾸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켜 핌코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7년생(58) △1979년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1981년 IBM 뉴욕 마케팅부문 대표 △1984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사(MBA) △1989년 살로먼브러더스 채권트레이더 △1989년 핌코 회계책임자로 입사 △2002년 핌코 아시아부문 대표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COO) △2014년~ 최고경영자(CEO)


■ 핌코는 어떤 회사…

1971년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가 설립한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초기에 자산규모 1200만달러(약 136억원)로 시작해 한때 운용자산이 3조달러(약 3400조원)를 넘었으나 지금은 1조5200억달러(약 1720조원, 2분기 말 기준)로 줄었다.

2000년 독일 생명보험회사 알리안츠에 인수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표적 부촌인 뉴포트비치에 본사가 있으며, 세계 12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만 260명, 전체 직원은 2400여명에 달한다.

뉴포트비치=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