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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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 인스타그램…. 수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직장인들의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평소 친분이 없다가 SNS를 통해 취미가 같다는 사실을 안 동료끼리 뭉치는 경우도 많다. 친분 쌓기뿐 아니라 업무도 SNS가 없으면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많은 회사에서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한다.

문제는 SNS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임원들에게서 많이 벌어진다. 임원 중에는 SNS에 익숙지 않아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직원의 애로사항이나 희망사항을 파악하는 데도 늦다. 그러나 모든 임원이 ‘SNS 둔재’는 아니다. 직원과의 소통, 자녀와의 대화, 최신 정보에 대한 갈망 등 저마다의 이유로 ‘김과장 이대리’ 못지않게 SNS에 능숙한 임원도 많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이 먹었다고 SNS도 못할 거라는 편견을 버려!”

페이스북 넘었더니 인스타그램으로

페이스북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된 김 전무(56). 처음 시작할 때 어색함에서 벗어나 이제 페이스북이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페친(페이스북 친구)’과의 소통에도 재미가 붙었다.

카카오톡 쓰는 데도 애를 먹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사원, 대리 등 주니어 직장인과도 페친을 맺어 ‘후배와 격의 없이 소통하는 직장상사’라는 자부심도 생겼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고 있을 무렵, 언제부턴가 회사 후배들의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혹시 후배들이 나를 ‘왕따’시키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김 전무는 “요즘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간 젊은 직원이 많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후배들과 어울리기 위해선 인스타그램 사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 김 전무는 간단한 사진 올리기부터 시작하며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바이오회사 임원인 이모 이사(51)는 SNS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SNS에 전혀 흥미가 없고, 사용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남들이 다 쓰는 카카오톡조차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이사가 최근 SNS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5년 만에 열린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녀온 뒤부터다. 친구들이 자신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게 그를 자극했다. 10여명의 친구는 몇 년 전부터 카카오톡에 대화방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모임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중엔 이 이사가 초등학교 때 짝사랑한 여자친구도 포함돼 있었다.

“SNS는 ‘젊은 친구들만 쓰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친구들이 SNS를 활발하게 쓰는 걸 보니 ‘나도 더 늦기 전에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는 고등학생인 딸과 SNS로 소통하면서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SNS는 ‘지식의 보고’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 상무(53)는 동료들에게 “언젠가 최고경영자(CEO)를 할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나간다. 사내에서는 그가 이렇게 잘나가는 데는 남보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조직 운영에 접목한 게 주요 요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요즘 SNS를 최신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 친구목록에는 지인들보다 주요 해외 언론 매체가 훨씬 많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비즈니스인사이더 와이어드 등 글로벌 산업 및 경영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페이지를 즐겨찾기하고 있다. 벤처스퀘어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페이지도 즐겨 본다.

고급 영어 어휘를 알려주는 ‘전략실의 영어노트’, 책 속 좋은 문장을 소개해주는 ‘책속의 한줄’ 등도 그가 많이 찾는 것이다. 김 상무는 “SNS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보통 직장상사로서 후배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SNS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정보 습득의 창구’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익숙지도 않은 SNS로 후배들과 소통한다고 한들 제대로 된 소통이 되겠습니까. 차라리 SNS로 상사에게 걸맞은 콘텐츠를 쌓아 권위를 인정받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귀신’ 임원들

젊은 직장인보다 디지털 시대 전반을 앞서가는 임원도 많다. 이들의 관심 영역은 SNS에 머물지 않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반으로 확장돼 있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 상무(51)는 자타공인 얼리어답터다. 휴대폰으로 갤럭시노트5, 태블릿PC로는 아이패드 미니3와 아이패드 에어2를 쓴다. 정 상무는 “휴대용으로는 미니3를, 퇴근 후 동영상 등을 시청할 때는 에어2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정 상무의 얼리어답터 기질은 컴퓨터가 처음 대중화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86컴퓨터를 시작으로 386→486→586 펜티엄급 컴퓨터 등 컴퓨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누구보다 앞장서 구매했다. 그는 디지털카메라의 ‘조상’격인 200만 화소짜리 디지털카메라도 보유하고 있다. 요즘 휴대폰 내장카메라가 800만 화소를 거뜬히 넘는 걸 감안하면 ‘구석기시대 제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정 상무는 “‘나이가 많아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주 부장(47)은 회사 내에서 ‘중고나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카메라, 전자사전, 외장하드, 보조배터리, 태블릿PC, 휴대폰 등 종류별로 최신 기기가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게 그의 취미다. 주 부장의 취미는 신제품 구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제품 구입으로 쓸모없어진 물건을 파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 부장은 이 물건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지 않는다. ‘회사 후배들에게 싸게 판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이 때문에 신제품을 살 때마다 이전 제품을 사려는 직장 후배의 연락이 줄을 잇는다. “주 부장은 가격도 싸게 파는 데다 케이스까지 챙겨 새것처럼 포장해서 주고, 사용 시 유의해야 할 점과 장·단점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줘 좋다”는 게 후배들의 말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