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필요한 곳에 '젊은 패기'…세계 정치판 흔드는 '40대 기수'
40대 정치 지도자가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자유당 대표(43)가 지난 20일 총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으며, 폴 라이언 미국 하원 의원(45)은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하원 의장이 유력하다.

유럽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49),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40) 등 40대 국가 정상급 지도자가 열 명에 이른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생활 여건이 나빠지고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젊은 정치인들에게서 변화를 이끌어내 보겠다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 절반, 젊은 후보 선택

지난 10년간 캐나다를 이끈 스티븐 하퍼 총리(61)를 누르고 정권 교체를 이뤄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차기 총리는 43세다. 캐나다 전체 인구(약 3500만명)의 중간 나이(40.5세)와 차이가 3년도 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트뤼도보다 연장자였다. 이탈리아 인구의 중간 나이는 44.7세로 마테오 렌치 총리(지난해 취임)보다 4년 많다.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운명을 ‘젊은 패기’에 맡겨 보겠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40대 정치인에게 정권을 맡긴 나라는 캐나다와 이탈리아뿐만 아니다. 유럽에서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43), 샤를 미셸 벨기에 대통령(40),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48),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42),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43) 등 열 명의 40대 국가 지도자가 활약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1)는 올해 초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64)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10년 44세의 나이로 정권을 잡은 뒤 올해 총선에서 압승했고, 차세대 총리로 꼽히는 캐머런 정부의 ‘2인자’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43)도 40대다. 미국 하원 의장 ‘0순위’로 꼽히는 폴 라이언 하원 의원이 대부분의 예상대로 직위에 오르면 1891년 찰스 프레드릭 크리스프 이후 124년 만에 40대 하원 의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변화 욕구 증가

유권자들이 40대 정치인으로부터 희망을 찾아 보겠다고 나선 배경은 경제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침체되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심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기 위축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복지 혜택이 줄어들면서 정권 교체 압력이 높아졌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정치권보다는 젊고 유능한 인물을 뽑는 것이 좋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경우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자 트뤼도 대표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올 들어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고 “스티븐 하퍼만 아니라면 누구든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40대이기는 하지만 정치 경력이 짧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고등학생 때부터 정치에 입문했고, 라이언 하원 의원은 28세에 고향 위스콘신주에서 하원 의원에 당선된 이후 내리 8선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도 ‘40대 돌풍’의 기반이 됐다. 나이 많은 정치인들이 관록에서는 앞서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새로 등장한 미디어를 통해 젊은 유권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60대 이상 정치인 가운데는 이메일조차 사용하지 않는 의원도 있다”며 “SNS 기반의 선거운동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정치인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나수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