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가 미국 정가의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프리덤 코커스는 40명이 채 안 되는 공화당 내 소모임이지만 전체 의원 수가 435명인 연방하원 의사결정 과정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BC는 22일(현지시간) “사실상 차기 하원 의장은 폴 라이언이 아니라 프리덤 코커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전날 저녁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지지를 얻어 하원 의장 선출이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라이언 위원장이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의 요구대로 ‘공화당 의원 다수가 지지하지 않으면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회 권력은 프리덤 코커스 쪽으로 넘어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라이언은 하원 의장이라기보다는 프리덤 코커스 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의장도 '좌지우지' 프리덤 코커스, 워싱턴 정가 '폭풍의 핵'
○고학력·백인 남성 동질감 커

미국 언론들이 프리덤 코커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회원 간 동질성이 커 규모는 작지만 ‘힘’이 있고, 하원 권력구도상 완벽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덤 코커스는 비공개로 운영된다. 퓨리서치센터가 자체 파악한 인원은 36명이다. 프리덤 코커스 측도 회원이 40명쯤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인원 기준으로 보면 공화당 하원 의원(246명)의 15%, 하원 전체 의원(435명)의 8%에 불과하다.

그러나 회원 간 성향이 비슷해 결집력이 강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세력을 급속히 불리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는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주) 등 9명이 올초 발족했는데 6개월이 채 안 돼 회원 수가 네 배로 불었다. 이들은 △백인 남성(히스패닉계와 여성 2명 제외) △고학력자(25%가 미국 상위 50위 내 대학 출신) △남서부 출신 △1~3선의 짧은 의회 경력(전체 회원의 72%)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한다. 이들은 법안 표결 등에서 똘똘 뭉친다. 인원은 많지만 단결이 안 되는 튜즈데이그룹(중도성향)이나 공화당연구위원회(보수 주류 모임)와 결속력에서 비교가 안 된다.

이들은 이민개혁법과 부채한도 증액 등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민주당과 타협한 존 베이너 하원 의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어 관철시켰다. 또 베이너 의장과 비슷한 정치성향을 보이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도 벵가지 사건 특별조사위원회와 관련한 실언 꼬투리를 잡아 하원 의장 경선에서 중도 포기하도록 했다.

○소수파지만 캐스팅보트 행사

프리덤 코커스 회원들이 이탈하면 하원에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도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원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과반인 최소 218표가 필요하다. 공화당이 246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탈하면 과반이 안 된다. 게다가 이들은 공화당 지도부가 민주당과 제휴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막아놨다. CNBC는 “프리덤 코커스가 라이언에게 ‘해스터트 룰(hastert rule)’ 이행을 조건으로 지지를 약속했고, 라이언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해스터트 룰은 1990년대 말 하원 의장이던 데니스 해스터트가 고수한 의회 법안처리 원칙으로, 다수당 내 다수파의 지지를 받지 않은 법안은 절대 표결에 부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당시엔 소수당이 다수당 일부와 연합해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사용됐으나, 프리덤 코커스는 다수당 일부가 소수당과 연합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이 룰의 부활을 차기 하원 의장 지지 조건으로 내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리덤 코커스가 미 의회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됐다”며 “폴 라이언이 프리덤 코커스와의 불안한 제휴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