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비르투오소
“비르투오소가 뭐지?” 최고 권위의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덕분에 클래식 음악 용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르투오소(virtuoso)는 ‘덕이 있는’ ‘고결한’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17세기에 특별한 지식을 갖춘 예술가나 학자에게 붙여진 말인데 이후 표현기술이 탁월한 피아니스트 등 기악 연주자를 일컫는 경칭으로 굳어졌다. 거장 지휘자를 뜻하는 마에스트로(maestro)에 비견된다.

비르투오소의 신비로운 묘기를 비르투오시티(virtuosity)라고 한다. 피아노의 최고 비르투오소는 단연 리스트다. 그는 쇼팽의 섬세한 악보에 신비롭고도 화려한 장식들을 첨가해 최상의 기교를 발휘했다. 가정음악용 악기라는 피아노의 인식을 ‘기적의 악기’로 바꿔놓은 것도 그다. 그의 연주에 열광적으로 환호하던 청중 가운데 실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리스트보다 더 빠른 템포로 객석을 사로잡은 인물은 알렉산더 드레이쇼크였다. 그는 쇼팽의 ‘혁명’ 에튀드에 나오는 왼손의 16분 음표로 된 하행 패시지를 옥타브로 연주할 정도의 묘기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명피아니스트 크라머가 “왼손이 없는 대신 두 개의 오른손을 지닌 피아니스트 같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리스트가 탄복한 피아니스트 중에는 그보다 한 살 어린 오스트리아의 탈베르크도 있다. 탈베르크는 세 개의 손을 지닌 것처럼 한 번에 수많은 음표를 연주하는 능력을 가졌다. 무대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미동도 하지 않는 듯한 그는 연주로 청중을 격동시키면서도 늘 냉정한 자세를 견지했다고 한다.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멜로디를 부드럽게 연주하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화음을 뒷받침하는 기교에 리스트도 혀를 내둘렀다.

다른 악기 분야에서는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돋보인다. 숱한 일화와 기적에 가까운 재주로 명성을 날린 그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릴 정도의 신기(神技)를 자랑했다. 이중 포지션과 왼손 피치카토 등 현악기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구사함으로써 ‘장인성(匠人性)의 전환점을 이룬 인물’(슈만)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쇼팽콩쿠르 역사상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조성진은 이제 막 떠오르는 ‘스물한 살의 비르투오소’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콩쿠르는 명피아니스트의 산실이다. 그곳에서 2세기 전 스무 살의 쇼팽이 첫사랑 여인에게 바친 곡으로 우승을 차지한 청년 피아니스트의 앞날에 무한한 성취와 영광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