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일당의 4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을 설계한 혐의를 받은 배상혁이 지난 7년간 전국을 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혁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까지 내린 상태였으나 1억원을 도피 자금으로 쓰며 국내에 머물렀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배 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손위 처남 강태용과 2008년 10월 31일부터 현재까지 연락을 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당시 경찰이 조씨 일당이 운영하던 다단계 유사수신 조직의 본사 서버에 압수수색을 한 날이다.

배 씨는 도피 자금 1억원을 쓰고 서울에 있는 강씨의 여동생이자 자기 아내인 A씨와 수시로 접촉해 생활비를 추가로 받았다.

또 경찰은 배 씨의 아파트에서 낚시·캠핑 장비가 많이 나왔고 경주, 경산, 서울 등을 돌아다녔다고 말한 데 비춰 그동안 특별한 제지도 받지 않고 전국을 활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경찰이 중요 수배자인 강씨 동생이자 또다른 수배자 아내인 A씨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배씨는 22일 오전 대구경찰청에 공중전화로 자수의사를 보였지만 출두하지 않고 경북 구미시 공단동 49.5㎡ 규모의 월세 35만원짜리 임대아파트에 은신해있다가 발신지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배씨는 조씨 일당이 전국을 무대로 4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을 벌이던 시점에 초대 전산실장을 담당한 핵심 인물이다.

따라서 유사수신업체를 앞세워 불특정 다수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하위 투자자 자금으로 상위 투자자와 회사 간부들에게 높은 배당금과 수당을 주는 이른바 금융다단계 사기를 '설계'하는 데 배씨가 중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008년 11월 국내 수배를 할 당시 배씨가 조씨 일당과 공모해 1조1000억원대 다단계 유사수신을 한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배씨를 본격 조사하면 추가 범행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2008년 조씨 일당이 운영하던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 본사 서버에 대한 대구경찰청의 압수수색 직전, 전산 기록이 삭제된 점에 주목하고 배씨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2008년 11월 배씨를 수배했으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생존기록도 없어 밀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지난 19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배씨 조사를 마무리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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