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측 인사들에게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자진 퇴거할 것을 요청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계열사 업무보고도 중단했다.

롯데그룹은 20일 “SDJ코퍼레이션 측 인사들이 신 총괄회장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에서 무단 상주하고 있다”며 자진 퇴거를 요구했다. 퇴거대상은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한 SDJ코퍼레이션의 민유성 고문, 정혜원 상무 등 10여명이다.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은 “가족을 제외한 외부 인력은 관련 법규나 회사 인사 규정에 따라 채용되지 않은 사람들로, 업무공간에 상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응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인이 있는 곳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주요 경영내용을 보고하는 것은 공시위반, 영업비밀 누설 등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DJ코퍼레이션 측은 “퇴거 요구는 신 총괄회장의 뜻에 반하는 것이고, 이는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SDJ코퍼레이션은 또 지난 19일 오후 7시께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인 이일민 전무를 해임하고 법무법인 두우 출신의 나승기 변호사를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정 상무는 “이 전무의 해임은 신 총괄회장이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신 회장을 보좌하다 올해 신 총괄회장 비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 전무를 현직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무는 그룹 정책본부에 있는 비서실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 중이다.

롯데는 또 경영정보 유출과 이 전무의 해임 시도로 계열사 보고를 조율할 공식채널이 사라져 신 총괄회장에 대한 업무보고를 이날 오후부터 중단했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