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푸른 하늘 아래서 회사 야유회를 열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즐겨라”는 말을 떠올리며 한 해의 노고에 대해 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함께하는 행사다.

올해 가을 야유회는 필자가 중국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에 열렸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행사 장소로 부리나케 왔지만 날씨가 맑아 휴일 나들이 차량이 많아 길이 막혀 늦게 도착했다. 이번 야유회는 임원진이 직원들에게 봉사하는 날이었다. 직원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임원들이 음식 준비를 하고 직원들에게 갖다 줬다. 언제나 회사를 빛나게 만들고 있는 임직원들의 그런 화기애애한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학창시절 소풍이 생각났다. 소풍 전날엔 잠도 설쳤다. 어머니께서 손수 준비해 주신 김밥과 과자, 예쁜 옷과 가방을 보면 정말 기뻤다. 어머니께서 김밥을 만드시는 동안 그 옆에서 몰래 김밥 한 조각 주워 먹는 재미도 컸다. 그 날은 우리 가족 모두 잔치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온 식구의 아침상과 도시락이 김밥이었으니까. 친구들도 함께 들떠 있었다. 수업 안 하고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노는 날이었으니까.

회사 야유회에 참석할 때면 유년 시절 소풍을 떠올린다. 일찌감치 모이는 관광버스와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 그 시절의 향수가 느껴진다. 보물찾기 대회 같은 걸 하며 소풍 때의 가슴 떨림을 되새기고 싶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나 보다.

요즘의 소풍 풍경은 달라진 것 같다. “설렘이 없다”거나 “그냥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필자의 어린 시절 김밥 도시락은 사라지고, 간식이 풍성해졌다고 들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덜 즐거워 보인다. 온라인 가상현실에 더 익숙한 세대들은 현실 속에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물건을 살 때조차도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는 데 능숙하지 않은 듯하다.

자연을 즐겼으면 좋겠다. 가을을 만끽했으면 한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변하는 걸 오감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가을도 초가을과 중간 가을, 늦가을의 느낌이 다르다는 걸 몸과 마음으로 깨달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우리, 오늘 하루는 휴대폰과 컴퓨터를 뒤로하고 가을 속으로 뛰어드는 건 어떨까.

박혜린 < 옴니시스템 대표 ceo@omnisyste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