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동연구원의 '뻥튀기' 일자리 전망
한국노동연구원은 15일 ‘1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상위 10% 임직원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 최대 11만명의 신규 채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들이 임금을 동결하면 정규직 9만1545명,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11만2729명의 신규 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세계 최장 수준인 한국의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면 최대 1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노·사·정이 지난달 노동개혁 대타협을 하면서 고소득 임직원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을 토대로 자료를 준비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여러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급조한 자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직원이 아닌 모든 100인 이상 사업장의 상위 10%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것도 그렇고, 모두 임금을 동결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택시회사와 같은 저임금 업종에서 100인 이상 사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동결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경영계에서조차 임금 동결이 곧바로 신규 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도 마찬가지다. 연구원은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면 최대 1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조차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업이 자본을 추가 투입해 업무를 자동화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시인’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발표되는 과정에서도 ‘급조’한 느낌을 들게 했다. 노동연구원은 지난 14일 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했다가 오후 늦게 ‘임금피크제 도입의 고용효과’ 분석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발표에서 제외해달라고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매주 관계자를 불러 연내 노동개혁 마무리를 압박하니까 이런 무리한 발표가 나온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신뢰를 쌓아도 모자랄 판에 근거가 빈약한 보고서로 불신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정태웅 지식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