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고용할당제 민간 확대 입법화 안된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고령화로 인해 고용창출이 줄어들고, 청년실업률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이어 청년희망펀드까지 모집하는 등 청년실업문제 해결에 부심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에 적용하고 있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부문에까지 확대하려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고, 청년 고용실적이 저조한 사업주에게는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한편, 고용의무를 이행한 기업에는 고용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종전의 규정은 실효적인 제재수단이 미흡한 데다 공공부문에만 적용하다 보니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법개정을 통해 청년고용할당제를 의무화하고 민간부문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법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자칫 자유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저해하고 또 다른 세대 갈등을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선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여러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고 있고, 시장실패에 따른 원인도 있으므로 청년 개인 또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세대 간 고용기회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국가가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입법적인 개입은 자유로운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영업활동의 자유와도 배치된다. 또 청년고용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 미취업자 고용실적이 저조한 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또한 고용부담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 미취업자 고용의무를 다한 기업에 지급하는 고용지원금도 기업이 스스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추가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소위 ‘사중손실(死重損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 미취업자가 장애인과 같은 정도의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청년 미취업자 보호가치가 인정되지 않으면 청년고용할당제는 세대 갈등만 부추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역차별 문제가 생길 여지도 있다. 또 청년 미취업자만 의무고용 대상으로 하므로, 이미 중소기업 등에 취업한 청년들에게는 그만큼 전직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가 빚어지기 때문에 취업기회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2014년 ‘다른 연령층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청년고용할당제는 우리 헌법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청년고용할당제와 관련해 흔히 벨기에가 2000년에 한시적으로 도입·운영한 ‘로제타 플랜’을 인용한다. 하지만 벨기에는 대학진학률이 30%대에 불과한 특수 상황에서 저학력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우리 상황과는 그 전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일자리에 대한 청년의 눈높이 또한 높은 한국에서는 그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고용할당제 역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돼야 한다. 졸속입법으로 청춘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 정 <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eejohn@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