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LG화학 무엇을 보고 7700억 샀나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업체 LG화학은 올해 외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종목으로 꼽힌다. 올 들어 1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7696억원) 1위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깜짝 실적’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외국인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로 꼽힌다.

○저유가 악재 돌파

LG화학은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69% 내린 28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춤했지만 지난 6일에는 장중 한때 29만7500원을 기록하며 1년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올 들어서는 58.56% 올랐다.

괄목할 만한 실적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분기 5634억원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6.7% 증가한 것이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웃돈 것은 2013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이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83% 많은 5034억원으로 추정됐다. 국제유가 하락이란 악재를 뚫고 석유화학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덕분이다.

조석제 LG화학 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유가 흐름을 따르지만 제품별로 수급 여건이 달라 100% 연동되지는 않는다”며 “유가 하락 폭보다 제품가격 하락 폭이 작아 제품 마진이 좋았고, 특히 ABS(내열성 및 비가연성 플라스틱)와 기저귀 원료로 쓰는 SAP(Super Absorbent Polymer·고흡수성수지) 등의 마진 확대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결실 맺는다

LG화학은 지난 수년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올해까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자리를 잡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여파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팽창할 전망이어서 LG화학의 중대형 전지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중대형 전지사업은 올 4분기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뒤 내년엔 5.6%의 영업이익률을 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6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 이 회사는 올해 자동차전지 등 중대형 전지사업부에서 작년 대비 40% 증가한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내년 매출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비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 사장은 “올 연말 중국 난징에 연산 10만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내년부터 양산하는 한편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25%를 달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수처리 사업은 이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수처리 필터 업체인 나노H2O를 인수했다. 올 상반기 나노H2O는 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손실을 보고 있긴 하지만 세계 수처리 필터 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는 신산업이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