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부서'도 살려내는 증권사…회삿돈 직접 굴려 수익 늘린다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운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 업황이 나빠지고, 투자금융(IB)의 성장 정체가 이어지자 회삿돈을 자체적으로 굴려 추가 수익을 노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2년 전 없앴던 프랍(proprietary·고유자본)트레이딩부를 지난달 다시 설립하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프랍트레이딩은 고객의 자산이 아닌 증권사 자본을 이용, 주식과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KDB대우증권은 프랍트레이딩부 아래로 글로벌매크로운용팀, 글로벌전환사채(CB)운용팀, 멀티전략운용팀 등 3개팀을 신설해 연평균 2000억원을 운용할 예정이다. 현재 6명인 자금 운용 인력도 2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자기자본 2조4476억원의 미래에셋증권도 1조2067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자기자본투자(PI·principal investment) 인력을 새롭게 뽑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자 이유에 대해 “KDB대우증권 인수 자금 마련과 동시에 PI를 늘려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자체 투자를 못하는 증권사는 고객 자산도 잘 운용할 수 없다”는 강대석 사장의 경영 원칙에 따라 올해 초부터 PI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 스타 애널리스트였던 최석원 스몰캡(중소형주) 팀장을 PI 부장으로 보내 기존 채권 운용 위주의 투자에서 프리IPO(기업공개) 투자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비상장사인 휴젤에 투자해 두 배 이상의 평가 이익을 내는 등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도 조만간 프랍트레이딩부를 헤지펀드 운용부로 바꿀 예정이다. 연말까지 내부 자금 3000억원과 외부자금 2000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정체되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기존 브로커리지 업무의 수익성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IB부문 수익이 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상위 5대 증권사의 기업금융 수익률은 1.1%에 불과하고, IPO 수수료도 평균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찍부터 자기자본 투자에 나선 NH투자증권의 성공 사례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30여명의 운용인력으로 구성된 NH투자증권의 프랍트레이딩부는 올 상반기 750억원 안팎의 이익을 냈다.

일각에선 늘어나는 자기자본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3년 자기자본 투자를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한맥투자증권은 한 번의 주문 실수로 파산하기도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