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다 지방의회가 더 무서워"
민선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아 ‘지방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가 각종 비리와 자질 부족으로 오히려 지방행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2012년 말까지 임기 중 비위 사실로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은 1230명에 이른다. 임기 만료 후 적발된 사례는 제외한 수치여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1기 지방의회(1991년 4월~1995년 7월) 기간 중 비리를 저질러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은 164명이었다. 5기(2006년 7월~2010년 6월) 때 적발돼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은 이 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323명(전체의 7.15%)에 달했다.

지방자치 출범 당시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의정활동비만 받았다. 공식적인 급여는 2006년부터 지급됐다. 올해 전국 17개 광역 시·도 의원의 평균 연봉은 5450만원이다. 19대 국회의원 연봉(1억3796만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그렇지만 지방의원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률은 적게는 3 대 1, 많게는 10 대 1에 달한다.

지방의원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 의원들은 연간 25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고 시민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례도 제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의원들은 각종 이권이나 부당한 청탁에 노출되기 쉽다. 일부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부서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당할까 봐 구의원 민원조차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 시·구의원들에게 찍히면 사업 인허가를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