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모드'속 당분간 노동개혁·정기국회에 전념할 듯
측근 "전략공천 배제·국민공천 도입 천명은 성과"
"칼집서 칼 빼려다 주춤" 의지 접는 상황 이어진다는 평가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하루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와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등 공식·비공식 외부 일정에 불참하며 '장고(長考) 모드'로 들어가는 듯했지만 곧바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한가위 회동'(28일)을 통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잠정 합의한 김 대표는 이후 긴급 최고위원회의(29일), 의원총회(30일)까지 연일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집중 공세에 포위당하는 형국이었다.

급기야 전날 문 대표와의 회동 내용을 청와대에 사전에 알렸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까지 벌이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같은날 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휴전 협의'를 하면서 나흘간 쏟아진 '소나기'에서 잠시 벗어날 기회를 마련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에 "대표에 대한 모욕을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말할 때만 해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지만 그때 이미 출구를 마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공천제 실현을 위한 공식 특별기구'를 마련키로 한 게 통로였다.

일단 자신에게 쏟아지던 '빗줄기'를 특별기구로 돌려놓으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 셈이다.

청와대와 친박계로서도 김 대표 주도로 흘러가던 공천룰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는 성과를 거뒀다며 내심 만족해하는 분위기여서 김 대표로서는 호흡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제부터 김 대표는 노동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또 '후반전'이 진행 중인 국정감사와 정기국회에 전념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김 대표의 스탠스를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추석 연휴 전격적으로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으로 '안심번호 공천제' 합의를 모색한 김 대표는 연휴 직후인 30일 청와대의 반격에 직면하자 "당 대표에 대한 모욕 오늘까지만 참겠다"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며 배수진을 치며 '전투모드'를 보였다.

1일에는 외부 일정을 취소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면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더 이상 청와대와 공방벌일 생각이 없다" "안심번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전선에서 물러서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를 놓고 '국민공천제' 관철을 위한 김 대표의 의지만큼은 충분히 내보인 만큼 더 이상 확전할 때가 아니라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상하이발 개헌론' 사과, 올해 7월 '유승민 사퇴 파동',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실패까지 계속 정치적 의지를 꺾었던 상황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칼을 휘두르지 못하고 칼집에서 칼을 빼다 주춤거리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쌍방이 확전은 자제키로 했지만 공천권이 사태의 본질인 만큼 이번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중론이다.

'휴전' 상태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의 구성과 권한 등을 놓고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시작됐고,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총 직후 저녁 자신과 가까운 황진하 사무총장 등과 저녁을 함께하며 기구 구성에 대해 협의한 데 이어, 전날에는 현재 '국민공천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방으로 조용히 불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구가 어차피 당내에 있는 만큼 결국에는 김 대표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비박(비박근혜)계의 계산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의총에서 기구 명칭을 '국민공천제 실현을 위한 공식 특별기구'로 내놓으며 범위를 국민공천제, 즉 전략공천을 배제한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전략공천제를 배제하고, 국민공천제를 도입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사가 대내외에 다시 천명됐다는 게 성과"라면서 "기구에서는 이러한 점이 분명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특별기구를 최고위 산하에 묶어 둠으로써 김 대표의 입김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명으로 구성된 최고위가 김 대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친박계이거나 '신(新) 친박'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특별기구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수정·보완이 아니라 '원점 재검토'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차제에 전략공천 폭을 확대하고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에도 손댈 태세다.

김 대표는 일단 친박계의 움직임을 확인한 만큼 다음 수순은 박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청와대 참모진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지만 유승민 사퇴 정국에서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김 대표가 진짜 '정치 생명'을 건 결단을 내려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