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불로 점포 40곳 전소·70대 고독사도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하듯 올 추석 연휴,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이들은 '재결합 거부'·'재산 문제'·'취업 잔소리' 등을 범행 이유로 댔다.

경주의 전통시장에서는 불로 수억 원의 피해가 났고, 차량 사고로 남매가 숨지기도 했다.

◇ 다툼 끝 가족에 흉기 휘둘러
중국동포 전모(45)씨는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A(36·여)씨의 집에서 A씨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전처인 A씨가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범행에 A씨 오빠가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전씨는 집 옥상으로 올라가 자해했으나,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추석 당일 아침에는 재산 문제로 다투던 70대가 형수와 조카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윤모(76)씨는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형수의 집에 재산 문제를 상의하러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윤씨는 형수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고, 이를 말리던 자신의 조카 등을 상대로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렀다.

윤씨 형수와 조카 등 친척 4명이 등과 옆구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자신의 형이 숨지고 나서 혼자 지내온 형수와 재산 문제로 평소 다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같은 날 저녁 부산에서는 한모(32)씨가 책상 서랍에 있던 흉기를 꺼내 아버지를 찌른 혐의(존속살인미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한씨는 경찰에서 "취업은 안 하고 PC 게임만 하느냐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거주문제로 다투다 함께 사는 남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던 김모(50)씨는 범행 나흘만인 28일 경찰에 자수했다.

강원 횡성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김씨는 "더는 너와 같이 살 수 없으니 나가라는 (동거인의) 말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활활'…도로 곳곳에서 '쿵쿵' 교통사고
27일 오전 7시 29분께 경북 경주시 성건동 중앙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40곳이 탔다.

불은 출동한 119 소방대원에 의해 1시간 만에 꺼졌으나, 건물 1∼2층 소규모 점포(총 915㎡)을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3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찰은 전기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1분께 경북 고령군 성산면 88고속도로 광주 방면에서 이모(55)씨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가 다른 차량과 충돌했다.

승용차에서는 불까지 나 뒷좌석에 타고 있던 이씨 첫째 딸(22)과 아들(15)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씨와 아내, 둘째 딸(20)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전북 완주와 경남 양산에서는 일가족이 탄 차량이 사고가 나 14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28일 새벽 서울 강남 논현역 인근에서는 이모(27)씨가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3% 상태에서 운전하다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모두 10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8일 오전 1시 45분께 충북 청주에서는 SM7 승용차가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아 뒷좌석에 타고 있던 정모(54)씨가 숨지고 운전자가 다쳤다.

앞서 26일 세종시에서는 밤을 줍던 이모(72·여)씨 등 2명이 도롯가에서 넘어진 1t 화물차 아래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 연락 끊겼던 70대, 추석 이튿날 숨진 채 발견
28일 오전 9시 40분께 부산 동구 한 주택에서 임모(7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이달 초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가족은 추석에도 연락이 안된다며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경찰은 알코올성 의존증이 있던 임씨가 이달 초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씨는 다른 옷 등에 덮여 웅크린 채 있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27일 오전 4시 14분께에는 서울 용산역 3층 화장실에서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에게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을 찾을 수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행색으로 미뤄볼 때 노숙인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남성의 지문을 채취해 누군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연휴 기간 부산에서는 "살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4명이 잇따라 경찰에 구조되기도 했다.

(오수희, 강영훈, 김재홍, 이보배, 박영서, 김동규, 김선형, 이대희, 심규석, 이재림)


(전국종합=연합뉴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