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0년차 '세탁기 장인' 조성진 LG전자 사장
1976년 9월25일. 용산공업고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조성진은 LG전자 전기설계실에 입사했다. 가업을 이으라던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택한 직장이었다. 만 39년이 지난 지금 이 청년은 LG그룹 유일의 공고 출신 사장으로 세계 가전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사진)이 25일로 입사 40년차를 맞는다. 스무 살에 입사해 60세가 됐다. LG전자에선 최장수 근무 기록이다. LG그룹 전체를 따져도 조 사장보다 오래 근무한 사람은 드물다.

1976년 입사 후 첫 직급인 기정보(지금의 과장급)를 다는 데 10년이 걸렸다. 입사 20년차인 1995년에야 부장을 달았다. 상무가 된 건 2001년, 입사 26년차였다. 대졸 공채로 입사한 동료들보다 한참 늦었다.

조 사장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나만의 능력을 쌓으려 노력했다”고 당시 심정을 말했다. 그는 2013년 가전사업을 총괄하기 전까지 37년 동안 세탁기 한 길만 팠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기술을 개발했고, 2005년 역시 세계 최초로 스팀 분사 세탁기를 내놨다. 2005년 세탁기 사업을 맡은 뒤 2년 만에 북미 시장 1위, 3년 만에 세계 1위를 이뤄냈다.

조 사장은 최근 입사 40년차를 맞은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있다.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8년간 개발을 거쳐 출시한 ‘트윈워시’ 세탁기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에도 이미 2만대 이상 팔려나가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