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음악원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20세의 프레데리크 쇼팽. 그가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3주 전에 연 고별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폴란드 선율에 의한 환상곡’이었다. 민요 ‘달은 이미 지고’, 선배 작곡가 카를 쿠르핀스키의 주제, 마주르카풍의 민속무곡 이렇게 세 멜로디를 바탕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반주가 약 15분간의 멋진 판타지를 펼쳐 보였다. 특히 느린 야상곡풍의 서주에 이어 민요 멜로디가 쇼팽 특유의 살랑살랑한 피아니즘에 실려 전개되는 전반부는 그야말로 천상의 음악이 따로 없다고 생각될 만큼 아름답다. 큰 시장으로 나가는 쇼팽의 마음도 이처럼 무지갯빛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맞닥뜨린 환경은 혹독했고, 이후 단 한 곡을 제외하면 쇼팽은 오케스트라를 붙인 피아노곡을 쓸 기회가 없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