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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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성인 인구 3분의 1이 사실상 실업상태입니다. 고용 확대를 위한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과 정책대안을 발굴하겠습니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세계대회에서 3년 임기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사진)은 15일 기자와 만나 “양극화 등 노동시장 분화라는 새로운 노동 문제를 풀려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젊은 학자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ILERA는 각국 노사관계와 노동시장·노동법을 연구하는 세계 최대 학술조직으로 1966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주도해 설립한 이후 미국 일본 등 35개 주요 국가의 학자 및 정책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ILO가 예산을 지원하고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실도 제공하는 ILERA는 단순한 학자 모임이 아니라 각국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해 정부 정책도 발굴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노사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회장은 고려대 기획예산처장과 노동대학원장을 지내 대학행정에 밝을 뿐만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을 맡고 있는 노동 전문가다. 한국인이 처음 회장으로 선출된 데 대해 그는 “그동안 외국 이론을 수입하는 데 급급했던 한국이 이제는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고 국내 논문도 해외에서 많이 인용하는 등 학문적으로 성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쟁자를 물리치고 만장일치로 회장에 뽑힌 그는 “한국의 국력이 커진 것도 회장직 선출에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3년에 한 번씩 대륙을 돌아가며 열려 ‘노사관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ILERA 세계대회’는 김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2018년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김 회장은 “개발도상국의 노사 문제가 심각하고 선진국에서도 비정규직, 파견, 인턴, 이민노동자, 난민, 남녀차별 등 과거 파업 문제와 전혀 다른 노동시장 분화가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서울대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정립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젊은 학자를 많이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ILERA 세계대회가 1000~1500명 수준에서 치러졌지만 3년 뒤 서울대회는 ILO 관계자와 각국 정부 정책 입안자, 학자 등 2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의 고용 문제와 노사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노동학 관련 학술 및 정책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고용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김 회장은 ‘교육과 고용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은 교육받은 인력이 아직 부족하고 선진국은 과잉 교육으로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용까지 염두에 두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교육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사·정 대타협이 마련된 데 대해 김 회장은 “1998년 정리해고법 통과 이후 17년 만에 이뤄진 의미있는 합의”라면서도 “내용에 대한 합의라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절차에 합의한 ‘미완의 합의’”라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