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정' 한자리…文, 千과 짧은 인사-鄭과는 조우 불발
野, 千에 러브콜 경쟁?…정동영 "지금의 나는 입도 귀도 없어"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등 일부 비노 인사는 오히려 불참

'신당론'으로 야권 지형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차녀 결혼식장에 12일 야당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4·29 관악 보궐선거 패배 후 고향인 순창에서 칩거해온 정동영 전 의원이 상경, 선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등 과거 정풍운동을 함께 이끌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신당론과 맞물려 내년 총선 국면에서 '천·정 호남연대'가 설왕설래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고, 최근 대통합론을 내세워 천 의원과 정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결혼식장을 찾았다.

이날 예식이 진행된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 대강당에는 2천여명에 달하는 하객들이 몰리며 장사진을 이뤘다.

권노갑 상임고문,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를 비롯, 이종걸 원대대표, 전병헌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구애경쟁에 나선 모습이었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 의원 전체에게 청첩장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야당 의원은 웃으면서 "30분 전에 왔는데도 길게 줄을 서야 했다"고 귀띔했다.

'은둔'을 깨고 초대에 응한 정 전 의원은 도착하자마자 천 의원과 반갑게 악수하며 "축하하네"라고 인사를 건넸다.

천 의원도 "와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정 전 의원은 관악을 보궐선거 이후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7월부터 주변과 연락을 끊은 채 고향인 순창의 씨감자농장에서 지내왔다.

일각에서는 천 의원의 '거사'가 임박한 시점에 정 전 의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두고 두 사람의 연대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정 전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난 요새 신문과 방송을 안봐서 잘 모른다.

지금의 나는 입도 없고 귀도 없다"며 "청첩장을 받아서, 천 의원과 (각별한) 사이이고 하니 축하하러 온 것 뿐"이라고 했다.

다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11월이면 내가 재배한 씨감자를 캐게 된다"는 답변만 했다.

잠시 후 식장을 찾은 신 의원은 "천 동지(천 의원)하고는 친하니까 계속 얘기를 한다"며 "곧 천 동지와 의견을 서로 맞출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예식 시작 직전에는 문 대표가 도착해 천 의원에게 축하를 건넸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취재진이 문 대표에게 몰려든 사이 식장을 빠져나가 문 대표와의 조우는 불발됐다.

천 의원 역시 문 대표와 악수와 함께 "축하한다", "고맙다" 등 짧은 인사만 주고 받았다.

'신당론'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렸던 정대철 상임고문, 탈당설이 제기됐던 박주선 의원 등도 식장을 찾았으나, 지난 9일 천 의원과의 독대에서 신당 합류를 제안받았던 안철수 전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은 불참했다.

이를 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박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항상 주말이면 목포에 내려오기 때문에 오늘도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안 전 대표측도 지역구 행사가 있어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 씨를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천 의원이 조만간 신당 구상을 밝힐 것이라는 예상 속에 이번 혼사 이후 신당창당에 속도를 내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천 의원은 추석 전 신당의 구체적 계획을 밝히겠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그런 질문은) 됐다"고 했고, 정 전 의원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봐서 인사하고 그랬던 것"이라고만 했으며,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고, 제 할일만 해도 바쁘다"면서 "(새정치연합 문제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새정치연합내 인사들이 대거 몰리다보니, 식장에서는 당내 '뜨거운 감자'인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및 중앙위 연기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의결을 위한 16일 중앙위 연기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반면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중앙위 연기 입장 고수를 시사해 팽팽히 맞섰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