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마찬가지였다. 금호생명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장외거래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2000억원을 넘는 우량회사였다.
하지만 금호 측의 우유부단함이 발목을 잡았다. 매각 대신 금호생명 상장(IPO) 카드를 먼저 꺼냈다. 기업공개로 4000억원을 조달해 유동성 위기를 넘겠다는 판단이었지만 방향 착오였다. 당시 기업공개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금호 측은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해 금호생명을 매물로 내놨다. 이때가 9월11일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9월15일)가 터지기 나흘 전이었다. 결국 금호생명은 매각에 실패했고, 1년 뒤인 2009년 말 그룹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한때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었던 금호생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1500억원에 넘어갔다. 불과 나흘 차이로 모든 것이 헝클어진 ‘금호 사태’는 매각 시점을 놓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동부메탈도 비슷한 경우다. 2007년 동부그룹은 반도체사업을 하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들은 동부메탈 매각을 권했다. 동부메탈은 2008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51.2%에 달하는 알짜 자회사였다. 세계 최대 합금철 회사인 프랑스 에라메트가 사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동부 측은 매각을 주저했다. 결국 100% 경영권을 파느냐, 2대주주 지분(40%)을 파느냐를 놓고 6개월을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8월 말 본입찰을 실시해 에라메트와 단독 협상을 벌이던 중 리먼 사태가 터졌다. 전 세계 유동성이 얼어붙으면서 에라메트가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매각은 자동 무산됐다.
STX그룹은 경영권에 집착하다 회사와 유동성을 모두 날렸다. STX는 2012년 일본계 사모펀드(PEF) 오릭스를 발전 자회사 STX에너지의 2대주주로 맞아들였다. STX에너지 지분 43.1%를 3600억원에 넘기는 구조였다. 경영권을 지키면서 자금도 조달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회사 실적이 나빠지면 STX에너지 지분을 88%까지 오릭스에 넘긴다는 옵션이 발목을 잡았다. STX그룹이 사실상 은행관리 상태에 들어가자 오릭스는 옵션을 행사해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움켜쥐었다. 오릭스는 이 회사를 5개월 만에 GS에너지-LG상사 컨소시엄에 되팔았다. 주당 5만5000원 수준이던 STX에너지 지분을 7만원대에 넘겨 30%에 가까운 차익을 올렸다. 처음부터 통매각을 추진했다면 STX가 거둘 수 있었던 이익이다.
반면 국내 최대 레미콘 회사 유진그룹은 선제적인 사업 구조조정으로 그룹 전체를 살렸다. 유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유진기업은 2008년 1월 국내 최대 전자제품 판매점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사들였다. 1조3926억원이던 자산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력 사업인 건설과 유통이 타격을 받으면서 하이마트 인수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유진그룹은 결국 2012년 하이마트를 롯데그룹에 다시 팔았다. 주력 계열사 하나를 잃었지만 부채비율이 작년 말 82.1%까지 낮아지면서 그룹 전체를 살릴 수 있었다.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 선수 감소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정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앞으로 스모가 지속 가능할까’라는 의문마저 나오고 있다.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봄 대회에 등록된 선수는 588명으로 헤이세이(일본 연호·1989~2019년) 이후 가장 적다. 사상 첫 형제 요코즈나(최고 등급) ‘와카다카 형제’ 붐이 일었던 1994년 여름 대회(943명) 대비 60% 규모로 줄었다. 향후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다.지난달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소년 스모 대회 ‘하쿠호배’가 열린 가운데 2027년부터 전국중학교체육대회에서 스모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연습해도 결과를 낼 수 있는 대회가 없으면 스모를 하는 아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 중학교체육연맹에 따르면 중학교 스모부 설치율은 지난해 겨우 1.7%였다.선수층도 얇아지고 있다. 올해 봄 대회 스모 선수는 25년 전보다 21% 줄었다. 지난해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는 약 72만명으로, 9년 연속 사상 최저였다. 출생아 감소는 스모 선수 예비군이 더 줄어들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선수 입단이 헤야(도장)당 1명으로 제한된 가운데 ‘인구 1억명’ 붕괴가 임박한 2050년에는 정점의 절반인 464명 정도로 쪼그라들 것이란 계산이다.쇼와 시대(1926~1989년) 돈벌이가 되는 프로 스포츠는 야구나 스모였다. 와카다카 형제의 아버지이자 전 오제키(요코즈나 다음 등급) 다카노하나는 수영으로 올림픽까지 노릴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수영으로는 밥을 먹지 못한다”며 스모계에 입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헤이세이 시대가 시작되면서 1993년 J리
미국발 관세 전쟁과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업계의 성장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했다. 날짜도 “4월 2일 발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보편관세(10%) 수준에서 관세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해온 국내 자동차업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해온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가 붙으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가격 면에서 경쟁이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347억4400만달러)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170만 대 가운데 59%(101만 대)를 한국에서 생산했다. 한국GM 생산 물량의 84%는 미국행 선박에 실린다. ◇국내 車 생산 90만 대 감소 우려현대차(63만 대)와 기아(38만 대), 한국GM(42만 대)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모두 143만 대다. 전체 자동차 수출 물량(279만 대)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했다. 25% 관세가 현실화하면 차값도 관세율만큼 오르게 된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투싼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8605달러(약 4118만원)부터다. 여기에 25% 관세가 붙으면 대략 5000달러(약 720만원)를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현대차그룹은 일단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짰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 생산을 늘리면 국내 생산량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데 있다. 작년 69만 대 수준이던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생산량이 120만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나는 상황이었지만 ‘일시적 수요가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현지 투자 확대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판단을 끝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발짝 치고 나가는 HD현대일렉트릭3일 전력기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내년 초까지 4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 변압기 공장 생산량을 30% 끌어올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공장을 증설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량을 연 300개에서 3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 능력도 연 100개에서 최대 150개로 증설한다. 내년 초 두 공장 증설이 끝나면 HD현대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량은 연 400개에서 510개 안팎으로 27.5% 늘어난다. 무게 200t이 넘는 초고압 변압기는 대당 60억~130억원에 이르는 고가 전력기기다.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와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신규 전력기기 설치 수요가 맞물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5년치 일감을 수주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미국을 중심으로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1977년 창사(당시 현대중공업 중전기사업본부) 이후 최대 투자를 결정했다. 2023년 전체 영업이익(3152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닷US에 따르면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지난해 720억달러(약 105조원)에서 2033년 1230억달러(약 18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 노후설비 교체 수요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미국 워싱턴DC,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 주요 도시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