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한국 배우 자랑스러워…감독·작가들도 더 많이 나와야"
“새벽 4시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많은 분들이 따스하게 맞아줬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집에 다시 온 것 같아요.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이기홍(29·사진)은 3일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17일 개봉하는 ‘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감독 웨스볼)에서 기억을 잃고 생존 게임을 펼치는 네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민호 역으로 출연했다. 민호는 강인한 체력과 따스한 심성으로 친구들을 이끈다.

지난해 첫 편 ‘메이즈 러너’가 국내에서 281만명을 동원하면서 그에게도 국내 팬이 많이 생겼다. “첫 편은 미로의 성에서 일어나는 생존 게임이어서 등장인물들이 먹을 것을 제공받았습니다. 이번에는 혹독한 외부 환경에서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내면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뤘어요.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생존투쟁을 통해 우정과 사랑,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첫 편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덥고 습한 환경에서 촬영했다. 이번 속편은 뉴멕시코 고지대에서 찍었다. 산소가 희박해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가빠지는 고산증세로 고생했다고 한다. 미국 피플지로부터 ‘가장 섹시한 남자’ 4위로 뽑힌 소감을 물었다. “그에 대해선 제 아내가 정확히 표현했어요. 민호는 섹시하고 ‘핫’하지만 저는 아니라는 거죠, 하하.”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2010년 미국 드라마 ‘빅토리어스’로 데뷔했다. ‘메이즈 러너’를 통해 할리우드 기대주로 성장했다. 그는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다. 한국에 대해서는 따뜻한 기억을 갖고 있다”며 LA에는 없는 겨울, 어릴 때 친구들이 ‘기홍아 놀자’라고 했던 것, 아파트 앞에서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배우로서의 생각도 밝혔다.

“한국인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남성적이고 강인한 배역을 맡은 것은 축복이겠지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감독이나 작가도 더 많이 배출돼야 합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