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소서? 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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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천자칼럼] 자소서? 자소설?](https://img.hankyung.com/photo/201509/AA.10473398.1.jpg)
기업들이 앞다퉈 ‘스펙 파괴’에 나서는 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입김이 컸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10대그룹 인사담당 임원들을 불러 ‘스펙 초월 채용’ 문화를 확산해달라고 당부했다. 100대 기업 입사지원서의 스펙 기재 사항을 조사해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물론 천편일률 스펙으로는 원하는 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기업 나름의 필요성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스펙의 굴레에서 벗어난 취업준비생들이 이제는 자소서나 에세이 때문에 등골이 빠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정해준 답만 푸는 데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자소서는 큰 부담이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자소서 때문에 입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취준생이 75%나 된다. 무얼 써야할지도 고민인 데다가 솔직히 특별히 어필할 거리도 없다. 그러다 보니 돈을 받고 자기소개 문항을 분석해주거나 특정 기업에 맞춘 작성 전략을 알려주는 학원까지 생겨났다. 다양한 학생을 뽑는다고 대입에서 수시 비중을 높이니 논술학원을 비롯해 온갖 수시 대비 학원이 생긴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결국 진짜 자신의 모습보다는 ‘남에게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어 거짓말을 쓰게 된다. 자소서를 ‘자소설’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자소서는 골칫거리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써낸 엄청난 분량을 읽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닌 데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지원자를 가려낸다는 보장도 없다. 그보다는 테샛(TESAT)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종합적 지식과 올바른 태도를 평가하는 테스트를 기업이 자유롭게 선발에 활용토록 하는 게 훨씬 객관적 방법이다. 채용 방식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정부가 간섭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뽑게끔 내버려두는 게 그나마 최선이 아닐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