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위헌 소지와 허점은 크게 여덟 가지다. 우선 정부 원안에서 공직자로 한정됐던 법 적용 대상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사 직원으로 확대된 것은 민간영역 침해와 언론 자율성을 저해하는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한폭탄' 안고 가는 김영란법] "민간영역에 확대 적용…'과잉 금지 원칙' 위배"
○민간영역 침해

김영란법 제1장 2조는 공공기관 범주에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조법에 따른 언론사, 즉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를 포함시켰다. 국·공립학교 교직원과 정부 지분이 투입된 KBS·EBS 직원 등 준공직자 대상과의 형평을 맞춘다는 이유로 사립학교 교원과 민간 언론사 직원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 자체가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배우자 신고 안 하면 징역형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할 때 배우자를 신고하도록 한 일종의 불고지죄(제3장 9조)도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공직자는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일부 헌법학자는 이 조항이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형법상 뇌물수수죄에 해당하는데 김영란법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를 추가로 받아 이중처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모호한 기준 … 혼란 불가피

김영란법이 규정하고 있는 15개의 부정청탁 유형도 법의 명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영란법 제2장 5조는 인허가 특혜, 채용·승진 개입, 직무상 비밀누설 등 15개의 부정청탁 유형을 분류해놨다. 정부 원안에서 규정한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규정이지만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조3항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 목적의 음식물이나 경조사비 등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가액 범위 내 금품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교와 의례·부조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원 해석과 시행령이 정하는 가액 범위에 따라 합법과 위법의 모호한 경계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민단체와 변호사 의사 등이 금품수수 금지의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은 법 형평성 측면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셀프 면죄’ 꼼수 둔 국회

김영란법의 일부 처벌 조항이 국회의원을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제2장 5조2항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등의 운영 개선에 대해 제안·건의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에서 제외했다.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이 끼워넣은 조항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