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환경+IT, 신시장 열린다
녹조의 원인을 고온과 가뭄 탓으로만 돌린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기우제를 올리면 된다. 총강수량을 인구 수로 나눈 수치만을 근거로 물 부족 국가라고 한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애를 낳지 않거나 이민을 가게 해 인구 수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이런 비전문적인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요즘의 환경문제는 피해가 광범위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복원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 황사나 녹조 같은 것은 시민이나 기업, 지역, 국가가 도맡을 일이 아니다. 모두의 문제인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비전문가끼리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풍토에서 환경 전문가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환경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진다.

환경파괴가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면 인간의 활동을 잘 관리해 발생원을 조절하면 된다. 정보기술(IT)을 환경문제와 연결하면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인간 활동이나 자연 변화의 발생원에 통신 센서를 달아 자료를 축적·가공하고, 분석해 환경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의미한다.

공중 화장실을 예로 들어보자. 화장실은 잘못 관리하면 자칫 주민과 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 모두의 악몽이 될 수 있다. 변기가 막히고, 휴지가 없고, 냄새나고, 우범지대로 변해 들어가기 꺼린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데다 겨울철에는 동파에 대비한 난방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여기에 IT를 접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의 ‘대시버튼’(버튼만 누르면 물품이 자동으로 주문, 결제 및 배송) 개념을 적용해보자. 수도에 센서를 달아 물 사용량을 추정하고, 센서로 냄새도 측정하고, 휴지통도 센서로 상태를 확인하면 어떨까. 센서 간 통신으로 문제가 있는 화장실만 골라주면 지자체나 건물 관리자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 예산 효과를 높인다. 이렇게 각종 센서와 IT를 이용해 문제를 감지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스마트한 화장실이 곧 서울대 35동에 시범 설치될 예정이다.

이처럼 환경기술에 IT를 접목하면 전 세계의 화장실 관리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다. 새로운 직업도 만들 수 있다. 최근 IT 강국의 지위가 중국에 위협받고, 선진국에는 밀리는 위기 상황에서 환경 분야에 IT를 접목하는 방법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한무영 <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