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준공
28일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준공식을 한다. 부지 선정에 19년, 준공까지 10년이 걸릴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과제 해결의 새 지평을 열게 된 일이라고 자부한다.

한국이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엔 값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온 원자력발전이 있었다. 방사성폐기물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로, 이를 처분할 시설이 시급히 필요했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여론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1986년부터 방폐장 부지 선정에 들어갔지만 1990년 안면도, 1995년 굴업도, 2003년 부안에서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2004년 새로 부지를 선정할 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되새기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유치공모 과정에서 주민투표제를 도입했다. 방폐장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이해를 구했다. 선정 후보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소통을 시도했다. 중·저준위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분리해 안전성을 높였고,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금을 사업 초기에 집중 지원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한 지원을 확실히 약속했다.

그러자 방폐장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진지하게 논의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4개 지역이 최종 유치를 신청, 경주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선정됐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미해결 국책과제가 성사된 순간이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준공은 원자력산업이 99칸의 저택에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대문을 연 것이라 볼 수 있다.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이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해온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얽히고설켜 해결하기 힘든 일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아무도 풀 수 없던 매듭을 단칼에 잘라냈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묘안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대화와 타협만 한 해결책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한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 소통과 대타협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