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4가지 오해와 진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에서 보관료를 내고 자녀의 제대혈을 보관하는 ‘가족 제대혈’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생아가 태어날 때 탯줄에서 채취하는 혈액인 제대혈은 혈액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 등이 풍부해 각종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이들 시민단체는 “가족 제대혈이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업체들이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고 제대혈 보관 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대혈, 4가지 오해와 진실
(1) 활용률이 낮다?
기증 제대혈보다 활용 낮다고 의학 가치 낮진 않아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관된 제대혈은 56만건이 넘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족 제대혈(52만3487건) 중 실제 치료에 쓰인 비율은 0.07%다. 기증 제대혈(4만3677건) 이식 비율 1.79%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대혈은 자신이나 가족이 질병에 걸렸을 때 활용하는 것이다. 병에 걸리지 않으면 쓰일 일이 없다. 반면 기증 제대혈은 제대혈 이식이 필요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기증 제대혈 수는 적은데 활용하는 환자는 많기 때문에 이식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활용률로 가족 제대혈의 의학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다.

(2) 다른 사람 제대혈이 효과가 좋다?
질병 따라 달라…유전병 있으면 남의 제대혈 이식


질병에 따라 다르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병이라면 제대혈 속에 유전인자가 있기 때문에 이식을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제대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이식한다.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이식할 때는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 등을 쓴다. 반면 자기 제대혈은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이 없는 장점이 있다. 유전과 무관한 재생불량빈혈이나 뇌손상 등 치료에 쓰인다. 국훈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제대혈위원회 위원장(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어떤 제대혈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병을 치료하는 전문의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3)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적다?
뇌성마비 치료 활용…당뇨·폐질환 치료 연구 활발


제대혈은 백혈병 등 혈액 질환 치료에 주로 쓰이지만 최근에는 뇌성마비 등 신경질환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 최대 제대혈 보관업체인 메디포스트가 치료에 활용한 제대혈 418건 가운데 뇌성마비(33건), 자폐성 장애 포함 발달장애(30건), 뇌손상(1건) 등에 쓰인 사례가 적지 않다. 당뇨병, 관절질환, 폐질환, 심근경색 등의 질병 치료에도 제대혈을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제대혈로 뇌성마비 환자 치료에 성공한 김민영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연구가 진행될수록 제대혈이 치료에 활용되는 질병은 늘어날 것”이라며 “성인으로 제대혈 치료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4)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활용 비해 보관료 부담된다면 제대혈 기증하면 돼


보관료는 보관 기간이나 업체에 따라 100만~400만원 정도다. 전국 17개 업체가 복지부의 관리 아래 보관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제대혈은 영하 196도 질소탱크에서 보관된다. 전문가들은 “가족 제대혈 보관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보관 여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향후 자녀가 자랐을 때 걸릴 수도 있는 질병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 성격이기 때문이다. 활용률에 비해 보관료가 부담스럽다면 제대혈을 기증하면 된다. 이 경우 자신의 제대혈을 직접 이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대혈 기증이 늘어나면 필요할 때 자신에게 맞는 제대혈을 구할 확률은 높아질 수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