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 "돼지각막 사람 눈에 이식…내년 상용화 임상시험 돌입"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전국에 2만명이 넘는다. 2011년 기준으로 2만1861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2001년 6869명에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장기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당 평균 521일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국내 장기 기증은 한 해 2000여건에 불과하다. 이런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눈을 돌린 것이 이종(異種)장기 이식이다.

국내에서 이종장기 이식과 관련한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곳은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다.

2004년 설립된 사업단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충족하는 ‘SNU 미니돼지’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단을 이끄는 박정규 단장(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은 “이르면 내년께 돼지 각막 이식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단이 이종 각막 이식에 집중한 이유는 각막 손실은 시력을 잃게 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각막 기증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기증이 이뤄진다고 해도 대부분 노화된 각막이어서 효과가 떨어진다. 인공각막 이식,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업단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한 무균돼지를 통해 이식할 각막을 확보하고 있다.

췌도 이식도 사업단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췌도는 췌장에 있는 세포 덩어리다.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고 있다.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췌도 기능이 떨어진 탓에 각종 합병증을 앓는다. 발이 허는 족부궤양 등이 1형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인슐린을 주사할 수도 있지만 저혈당 상태에 노출될 수 있는 게 문제다. 개발단은 무균돼지에서 췌도를 채취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박 단장은 “돼지에서 유래한 인슐린을 당뇨 환자들이 60년 넘게 쓰고 있다”며 “췌도 이식까지 이뤄지면 당뇨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종장기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는 이종장기 관련법이 전무한 상태다. 그는 “법과 제도가 있으면 임상시험을 하는 데도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