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가 정신' 터키보다 낮아…OECD 34국 중 22위
한국의 기업가 정신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중하위권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8일 ‘한국 기업가 정신의 실상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2015년 글로벌 기업가 정신 지수(GEI)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GEI는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130개국의 각종 규제와 국민의 창의성 등을 비교해 국가별 기업가 정신의 수준을 평가한 지표다.

올해 한국의 GEI는 54.1로 46.7이었던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됐다. 조사 대상 130개국에서 차지하는 순위도 지난해 32위에서 28위로 네 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34개 OECD 회원국만 보면 한국은 여전히 중하위권인 22위에 머물렀다. 대만(8위) 싱가포르(10위)와 큰 격차를 보였고, 터키(25위)와 리투아니아(26위)에도 뒤졌다. 한국보다 국민소득 수준이 높은 OECD 회원국 중 한국에 뒤진 곳은 일본(33위)과 이탈리아(49위) 정도밖에 없었다.

한국은 14개 평가 항목 중 ‘경쟁’과 ‘기회인식’ 부문에서 각각 121위와 86위로 저조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회 추구형 창업 비중이 낮아 경쟁 부문 지표가 나빴고,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고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기회인식 부문 지표도 부진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반면 ‘공정혁신’ 항목 순위는 7위로 비교적 높았다. 황인학 한경연 연구위원은 “경제가 어려워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공정혁신 평가지수가 개선됐고 이로 인해 전체 GEI 순위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일반인과 창업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국가별 창업활동 지표를 비교한 글로벌 기업가 정신 모니터(GEM)를 인용해 한국 내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13년 한국 내 초기 창업에서 생계형 창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6.2%로 미국(12.7%)이나 일본(5.7%) 독일(5%) 등에 비해 높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20-50 클럽’ 국가 평균(18.9%)의 2배에 달했다. 황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한국에서도 기회 추구형 창업 비중이 생계형 창업 비율을 앞지르기 시작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생계형 창업이 많은 편”이라며 “경제 성장을 위해 기회 추구형 창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